조권형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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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거기서 계속 살 예정이다.”
명실상부 ‘똘똘한 한 채’인 40억 원대 서울 강남구 개포동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7일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해당 아파트가 재건축되기 전 전세를 끼고 보유해 온 갭 투자 의혹을 질타 받자 “저는 평생 1가구 1주택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해명한 것. 본인은 실수요자라는 항변이다.
그런데 이 위원장이 수장인 금융위가 주도한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의 대출 규제는 ‘똘똘한 한 채’ 예비 수요자를 차별적으로 제약했다. 앞서 6·27 대책에서 대출 한도를 일괄 6억 원으로 정한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시가 15억 원 초과∼25억 원 주택은 4억 원, 25억 원 초과 주택은 2억 원으로 한도를 조인 것. 이른바 ‘똘똘한 한 채’에 해당하는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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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시가 15억 원 미만 주택의 대출 한도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들어 이번 대책이 ‘주거사다리 걷어차기’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똘똘한 한 채’를 매입하려던 사람들의 ‘주택 갈아타기’ 사다리를 걷어찬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규제 전과 비교하면 15억∼25억 원 아파트는 최대 2억 원, 25억 원 초과 아파트는 최대 4억 원을 대출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구해야 한다.
‘똘똘한 한 채’에 수요가 몰리는 건 자연스럽다. 대체로 교통이 좋고 편의 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학군이 좋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강남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와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구)’ 등이 대표적이다.
이 위원장 외에도 부동산 대책을 주도한 대통령실과 정부 고위직 인사가 이 같은 ‘똘똘한 한 채’를 마련해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위원장과 같은 아파트,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서초구 서초래미안 아파트에 산다. 심지어 이들은 재건축 아파트 투자를 통해 단번에 ‘똘똘한 한 채’를 마련했다.
정부는 ‘똘똘한 한 채’가 1주택자 공제 등으로 보유세에서 유리한 점도 최근 쏠림 현상의 배경이라고 거론한다. 그렇다면 차라리 보유세를 강화하는 게 공정해 보인다. 관료들을 포함해 현 거주자들도 동일하게 적용받는 것이기 때문. 그런데 정부는 보유세 강화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정 지지율 악영향 가능성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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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권형 정치부 기자 buz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