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16년만에 내한 공연 작년 재결합 선언 뒤 韓 팬들과 재회 끝없는 함성에 “뷰티풀” 외치며 화답… 히트곡 앙코르땐 5만5000명 떼창 10~30대 관객 92%… 젊은 세대 열광, 시대 초월하는 음악으로 청춘 위로
21일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16년 만의 내한 공연을 가진 영국 밴드 오아시스의 리엄 갤러거가 열창하고 있다. 1990년대 브릿팝의 전설이었던 이들은 2009년 형제의 불화로 해체한 뒤 15년 만인 지난해 재결합을 선언한 뒤 월드 투어에 나섰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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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It‘s good to be back!”(안녕, 돌아오니까 좋네요!)
16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영국 밴드 오아시스(Oasis)의 콘서트는 뜨겁다 못해 폭발적이었다. 21일 오후 오프닝 곡 ‘헬로(Hello)’로 문을 연 공연은 고양종합운동장을 가득 메운 5만5000명이 기다린 세월을 한풀이하듯 환호를 쏟아냈다. 그 광경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동생 리엄 갤러거(53)는 특유의 뒷짐 자세로 여유롭게 노래했고, 형 노엘 갤러거(58)도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채 기타를 연주했다.
● “분노로 과거를 돌아보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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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다림의 결실은 기대보다 더 달콤했다. 두 시간 동안 이어진 23곡의 세트리스트는 오아시스, 그 자체였다. 헬기의 굉음이 강렬한 ‘Morning Glory’와 기성세대를 비꼬는 ‘Some Might Say’의 짜릿함은 여전히 명불허전. ‘Cigarettes & Alcohol’에선 리엄의 제안에 따라 관객들이 등을 맞대고 어깨동무를 한 채 좌우로 흔들며 기세는 점점 불타올랐다. 끝없이 이어지는 함성에 갤러거 형제는 “뷰티풀”, “생큐”를 외치며 화답했다.
강렬한 기타와 섬세한 목소리를 들려준 노엘 갤러거. 이날 어우러진 형제의 목소리에 5만5000명의 관중이 열광했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절정은 역시 ‘오아시스 베스트 앨범’을 듣는 듯한, 메가히트곡이 집약된 앙코르. ‘The Masterplan’과 ‘Don‘t Look Back in Anger’, ‘Wonderwall’, ‘Champagne Supernova’. 뭔 말이 더 필요할까. 관객의 떼창 속에 울려 퍼지는 ‘분노로 과거를 돌아보지 마’라는 가사에선 시공간을 아우르는 감동이 물씬했다.
● 청춘을 깨우는 90년대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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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를 넘어 환갑에 가까운 오아시스에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직선적인 기타 리프와 솔직한 감정으로 밀어붙이는 음악이 지금의 감수성과도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란 평가가 나온다. 물론 ‘형제의 난’이 유명한 ‘밈(meme)’이 됐던 영향도 한몫했다.
오아시스의 음악은 시대를 초월한 ‘청춘의 감성’을 건드린다. ‘Live Forever’의 낭만과 ‘Rock ‘n’ Roll Star’의 자의식, ‘Don‘t Look Back in Anger’의 위로.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이 과거 명곡을 다시 소환하는 시대. 하지만 오아시스는 레트로도 복고도 아니다. 그들은 여전히 젊음의 불안과 자존감을 함께 어루만진다. 그 심장이 어디쯤에 있더라도.
고양=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