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m 공기소총 男 일반부 한국新… 비장애인 국가대표 명단에 올라 청각장애 선수인 누나따라 사격 “점수 나쁘면 내 실수부터 돌아봐” 내년 亞게임 선발전 출전기회 잡아
내년도 비장애인 사격 국가대표 명단에도 이름을 올린 청각장애인 국가대표 김우림이 자신의 총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다음 달 열리는 도쿄 데플림픽(청각장애인 올림픽)에 출전하는 김우림은 10년 이상 태극마크를 달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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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애인 국가대표가 된 것은 정말 신기한 경험이다.”
장애인 사격 국가대표 김우림(27·보은군청)은 지난달 30일 대한사격연맹이 발표한 2026년 한국 사격 국가대표팀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선천적 청각장애인인 김우림은 5월 열린 대구시장배 전국사격대회 10m 공기소총 남자 일반부 본선에서 635.2점을 쏴 이 종목 한국 기록을 새로 썼다. 이 대회가 김우림이 2026년도 남자 10m 공기소총 국가대표가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본보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주고받은 김우림은 “솔직히 비장애인 국가대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며 “최선이란 단어만 생각하면서 그저 내 기량을 올리는 데 집중한 게 비결 같다. 방심과 자만 같은 행위를 하지 않으려 끊임없이 내면과 싸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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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림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사격을 먼저 시작한 누나 김고운(30·BDH파라스)의 훈련을 따라갔다가 처음 총을 잡았다. 김고운도 어린 시절 열병으로 청력을 잃은 청각장애인 선수다. 고향 광주에는 장애인 선수를 받아주는 팀이 없어 남매는 전남 담양군에 있는 사격장을 오가며 실력을 키웠다. 그리고 남매가 나란히 장애인 국가대표가 됐다.
김우림은 사격을 시작했을 때부터 자신만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김우림은 대회에 나갔을 때만이 아니라 훈련 때도 성적을 일일이 기록한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통해 자신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한다. 김우림은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흔들리지 않는 멘털을 갖추게 됐다.
김우림은 “사격은 쏘는 대로 점수가 나오는 정직한 종목이다. 내가 일관되게 사격하지 못하면 결과도 일관되게 나오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똑같이 격발을 하더라도 점수가 좋지 않으면 주변 상황을 탓하기보다 ‘내 실수가 정말 없었는지’를 돌아본다. 그래서 사격은 평정심을 계속해서 단련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장성원 청각장애인 사격 대표팀 감독은 “사격은 기술도 중요하지만 60발을 모두 침착하게 쏘는 경기 운영 능력이 더 중요하다”며 “우림이는 다른 선수들보다 침착함이 눈에 띄게 좋다. 특히 실수를 하더라도 이를 회복하는 탄력성이 뛰어나 비장애인 국가대표까지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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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기자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