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end] 명절 음식도 밀키트로 간소화… 가족과 정 나누는 본질은 안 변해
우리 조상은 봄부터 애써 가꿔온 곡식과 과일을 수확하는 계절이 왔음을 기리며 추석 행사를 풍성하게 치렀다. 정성껏 만든 송편과 각종 나물, 전 등을 상에 가득 올려 차례를 지내는 것을 중요한 행사로 여겼다. 그러나 오늘날 명절 풍경은 점차 달라지고 있다. 전통 음식을 만드는 재료와 방법, 명절 음식을 대하는 태도까지 크게 바뀐 것이다.
손질된 갈비와 채소, 양념장이 들어 있어 냄비에 넣고 끓이기만 하면 완성되는 갈비찜 밀키트. GETTYIMAGES
추석 대표 음식인 송편은 그 변화가 뚜렷하다. 깨, 콩, 밤을 소로 사용해 자연 그대로의 맛을 즐기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송편에 초콜릿, 크림치즈, 고구마무스 등을 넣어 아이들과 젊은 세대의 취향을 저격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명절 음식이 세대를 아우르도록 변신한 결과다. 어린이와 젊은 세대가 전통 음식을 재미있고 친근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려는 창의적 시도인 것이다.
전을 만드는 방식 역시 달라졌다. 과거에는 전을 부칠 때 지글지글 소리가 날 만큼 기름을 넉넉히 둘렀지만 요즘에는 건강을 고려해 에어프라이어를 사용해 전을 익히기도 한다. 에어프라이어로 조리한 전은 기름기가 적어 맛이 담백하면서도 소화에 부담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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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대신 두부를 넣어 소화에 부담이 거의 없는 두부 동그랑땡. GETTYIMAGES
명절 음식 밀키트의 유행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다.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명절 음식을 예전처럼 오랜 시간을 들여 손수 준비하기가 어려워졌고, 명절에 여성에게 집중되던 노동을 줄이자는 사회적 공감대도 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밀키트는 명절에 가족이 함께 음식을 준비하도록 돕고 노동 부담도 완화한다. 동시에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다.
‘건강’과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사회적 흐름에 따른 변화도 있다. 전통 명절 음식은 기름지고 열량이 높아 소화에 부담이 되곤 한다. 실제로 명절을 쇤 뒤 소화불량이나 체중 증가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았다. 최근에는 명절 식탁에 샐러드 또는 저지방 요리를 내놓거나, 전통 음식을 채식 버전으로 변형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고기 대신 버섯과 두부를 활용한 비건 동그랑땡, 콩을 사용한 대체육으로 만든 갈비찜 등이 그 예다. 남은 명절 음식을 새로운 요리로 만들어 먹음으로써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도 지속가능성을 고민한 결과다. 전을 채소와 함께 볶은 ‘전 볶음’, 송편을 구워 꿀을 뿌린 디저트, 잡채로 만든 크로켓, 나물 김밥 등은 명절 음식을 새로운 맛으로 또 한 번 즐길 수 있는 메뉴다.
초콜릿 송편에 와인 곁들이는 가정 늘어
명절 음식의 형태와 조리 방식은 달라지고 있지만, 명절의 본질적 의미는 여전히 살아 있다. 중요한 것은 송편에 무엇을 넣었는지, 전을 기름에 튀기듯 부쳤는지가 아니라, 명절에 가족이 모여 함께 음식과 정을 나누는 일이다. 실제로 송편을 전통 방식으로 빚지 않더라도 친척이 아이들과 함께 초콜릿 송편을 만들며 시간을 보내고, 전에 와인을 곁들여 세련된 분위기를 즐기는 가정이 늘고 있다. 이는 전통을 버린 것이 아니라 시대 변화에 맞게 명절 의미를 재해석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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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509호에 실렸습니다]
이채현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