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NOW] 팝업 기간 22.6일에서 15.7일로… 뷰티-건기식-식품 등 ‘소용량’ 대세 ‘숏폼화’되고 있는 시장 트렌드 기민한 적응 통한 ‘작은 생존’ 목표
국내 팝업스토어의 평균 운영 기간이 2024년 22.6일에서 올해 15.7일로 줄었다. 반면 올해 상반기(1∼6월) 국내 팝업스토어 운영 횟수는 1488회로 전년 동기 대비 2.2배나 급증했다. 한마디로 운영 기간은 줄고, 횟수는 늘어난 것이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시장 흐름을 주도하는 ‘유행’의 주기가 점차 짧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반짝 인기를 끌었다가 금세 사라지는 짧은 영상 콘텐츠처럼, 시장 트렌드가 점차 ‘숏폼화’되고 있다. ‘트렌드가 없는 것이 트렌드’인 환경 속에서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저마다 고군분투 중이다. 이들의 생존 전략을 알아보자.
첫째, 소비자가 쉽게 구매하고 사용해볼 수 있도록 ‘소용량’으로 승부를 건다. 소용량은 이미 식품과 뷰티 시장에서 중요한 성공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국내 대형마트에서는 2개입 양파, 1kg 쌀, 4구 계란 같은 소분 식품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다. 소비자들이 직접 대용량 상품을 작게 나누는 ‘소분 모임’도 화제다. 당근마켓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새롭게 생성된 소분 모임 수는 전년 동기 대비 411%나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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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가운데 뷰티 시장에서는 다양한 브랜드, 컬러, 제형을 시도해 보길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소용량’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데이지크의 베스트셀러 팔레트의 소용량 버전인 ‘미니 9구 섀도 팔레트’. 사진 출처 올리브영 홈페이지
최근에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도 소용량 제품 기획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개인별 건강 상태와 생활 습관을 고려해 영양제를 소분해 조합해 주는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서 약국에서도 맞춤형 건기식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2020년 4월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지난해 9월까지 전국 687개소에서 누적 매출액 245억 원, 누적 이용자 약 30만 명으로 시장성을 검증받았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약사와 영양사 등 전문가 상담을 통해 불필요한 낭비 없이 자신에게 꼭 맞는 건기식을 필요한 만큼만 섭취할 수 있게 되었다.
둘째, 지속적으로 새로움을 선사하는 ‘짧은 주기’로 경쟁력을 높인다. 패션 브랜드 분크는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마다 신상품을 공개하는 전략으로 기존 패션계의 시즌제 공식을 깨고 1주일 단위의 새로운 리듬을 만들어냈다. 쿠팡은 올해 1월부터 매달 새로운 상품을 큐레이션하는 ‘이달의 신상’ 테마관을 운영하며 방대한 상품 속에서 발견의 재미와 찰나의 몰입을 찾는 소비자 니즈를 공략하고 있다. 다이소 역시 매달 600개 이상의 신상품을 출시하며 소비자 반응에 따라 기민하게 품목을 확장하거나 단종해 꾸준한 재방문을 유도한다.
인테리어 영역마저 짧게 즐기는 경험의 대상이 되면서 필름처럼 쉽게 떼어낼 수 있는 피크페인트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 출처 피크페인트 홈페이지
더 다양한 상품을, 더 짧게 즐기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기업들이 해온 신제품 출시 주기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시장 조사를 통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제품 콘셉트를 기획하며, 생산과 테스트를 거쳐 유통망을 확보해 최종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는 통상적인 신제품 출시 주기가 앞으로는 더 짧아져야 한다. 한 번의 거대한 성공이 아니라, 기민한 적응과 진화를 통한 ‘작은 생존’이 목표가 되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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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영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