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연 씨가 서울 동대문구 장안근린공원에서 달리고 있다. 2011년부터 건강을 위해 달리기 시작해 지금까지 마라톤 42.195㎞ 풀코스만 113회 완주한 ‘철녀’로 거듭났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고향이 전북 정읍시 입암이라는 골짝이었죠. 앞집이 고창군에 속하는 경계 지역이라 입암초·중학교까지 가는 데만 40∼50분 걸어야 했어요. 어렸을 땐 걷는 게 힘들고 짜증 났는데 결과적으론 체력을 탄탄하게 만들어 줬죠.”
이 씨는 약 30년 전 건강을 위해 가볍게 조깅을 시작했다. 등산도 하고 걷기도 즐겼는데 운동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달렸다. 2011년 5월 서울 중랑구에 있는 용화사에 다녀오는 길에 중랑천에 걸린 ‘마라톤 교실 회원 모집’ 플래카드를 보고 가입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기본기부터 배웠고, 그래서 제대로 달릴 수 있었다”고 했다. 거의 매일 새벽 달렸다. 주말에는 하프코스(21.0975km) 이상을 달렸다. ‘초보인데 그렇게 많이 달려도 됐느냐’는 물음에 “별로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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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식당 손님이 ‘왜 그렇게 달리세요?’라고 묻더라고요. ‘손님은 왜 식사하세요?’라고 되물었죠. 손님이 ‘살기 위해서요’라고 하기에 ‘저도 살기 위해 달려요’라고 말했어요. 달리고 나면 어떤 힘든 일도 다 지나가요. 세상에 못 넘을 힘든 일은 없어요. 체력도 좋아지니 더 열심히 일할 수 있었죠. 식당이 이만큼 잘된 것은 마라톤 힘이 큽니다.”
이 씨는 마라톤 대회 풀코스에만 출전한다. 주말 장거리 훈련 대신 달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3일 풀코스를 100회째 완주했고, 지금까지 113회 완주했다. 최고 기록은 2017년 동아마라톤에서 세운 3시간46분13초. 더 빨리 달릴 수 있지만 늘 20% 힘을 남기고 완주한다. 다시 장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승선을 통과한 뒤에도 언제나 생생하다. 주위에서 여성 마스터스 마라토너에게는 꿈의 기록인 ‘330(3시간 30분 이내 완주)’에 도전하라고 하지만 손사래를 친다. 처음엔 장사 때문이었지만 이젠 습관이 돼 즐겁게 달리는 게 더 좋다.
“돌이켜보니 제가 장사를 했던 게 달리면서 다치지 않은 비결인 것 같아요. 시간이 많아 기록에 도전했다면 어딘가 결딴났을 겁니다. 뭔가에 빠지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거든요. 늘 힘을 남겨 둬야 했기에 ‘펀런(즐겁게 달리기)’의 맛을 알게 된 것 같아요.”
63토끼띠마라톤클럽에서도 활동하는 이 씨는 “함께 달리는 친구가 많았다. 그런데 무리하게 달린 회원들은 지금 다 달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요즘엔 수요일과 일요일 정기 모임에서 달린다. 주말 대회가 있을 땐 대회 출전으로 훈련을 대신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점심 장사를 끝내고 브레이크타임 때 달렸지만 최근엔 다소 버거워 컨디션이 좋을 때 1시간 정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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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욕심은 없지만 일흔까지 ‘서브 포(4시간 이내 완주)’를 유지하는 게 목표입니다. 그리고 힘이 닿는 데까지 달리고 싶어요. 건강히 오래 살아야 의미 있죠. 달려야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