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석 규모 뮤직홀, 산책길 조성 금난새 예술감독 위촉, 정기 공연 “남부권 문화벨트 만든다”
하수처리장 리모델링 이전 뮤지엄 내부. 성남시 제공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옛 하수처리장 주변은 한강으로 흐르는 탄천과 동막천이 만나는 곳이다. 주민들은 이곳을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쳐지는 ‘양평 두물머리’의 이름을 따 ‘성남 두물길’이라 부른다.
이 하수처리장은 150억 원을 들여 1997년 완공됐지만, 시험 운영 도중 가동이 중단됐다. “용인 지역 하수를 분당에서 처리하려 한다”라는 주민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이후 성남시는 2006년 대형 상업시설, 특목고, 문화단지 조성을 계획했으나 주민 의견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히며 무산됐다. 결국 한 번도 정상 가동하지 못한 채 최근까지 기피 시설로 방치돼 있었다.
하수처리장 리모델링 이후 뮤지엄 내부. 성남시 제공
28년 동안 멈춰 있던 공간은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 성남시는 시민 공모를 거쳐 ‘성남물빛정원’이라는 새 이름을 붙였다. 낮에는 산책과 휴식의 공간, 밤에는 빛과 음악이 어우러진 야경 명소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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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진 성남시장이 리모델링한 뮤지엄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성남시 제공
이달 5일 열린 뮤직홀 첫 공연에 이어 7, 8일에는 야외무대에서 성남시립예술단의 오케스트라 공연이 펼쳐졌다. 시는 금난새 성남시립예술단 예술 총감독을 뮤직홀 예술감독으로 위촉하고, 매주 앙상블·오케스트라·신진 음악가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시민들은 도심 한가운데에서 클래식 선율을 즐기며 문화적 여유를 만끽할 수 있게 됐다.
도시재생 전문가 하비에르 산체스(Javier Sánchez) 건축가와 신상진 성남시장이 최근 하수처리장을 둘러보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성남시 제공
성남시는 물빛정원에 세계적 수준의 미술관을 유치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옛 하수처리장의 콘크리트 구조물과 일부 설비를 보존해 미술관 내부에 녹여내는 방식으로, 세계적으로도 드문 시도다.
도시재생 전문가 하비에르 산체스(Javier Sánchez) 건축가는 최근 현장을 둘러본 뒤 “하수처리장을 핵심 문화시설로 탈바꿈시키는 사례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라며 “지하 수로에서 지상, 옥상으로 이어지는 다차원적 공간 경험이 매력적이고, 향후 도시재생 문화시설로 성장할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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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