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혁신 갈라파고스 된 한국] 〈1〉 꽉 막힌 한국 ‘코인 경제’ 스테이블코인 상표출원 月 356건 법-제도 미비에 사업화 사실상 ‘0’… 금융 선진국들 발빠르게 사업 확장 국내 금융사-핀테크 업체 한숨만… 235조 가상자산 ETF 소외 우려
《코인 투자자 1000만명 시대… 시장 못따라가는 韓 법-제도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가 1000만 명을 돌파하며 코인 시장이 커지고 있다.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에서 유출입된 코인 규모는 올해 상반기(1∼6월) 215조4944억 원으로 2년 전 같은 시기의 3.6배로 불어났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며 기업들은 앞다퉈 사업을 꾸리고 있다. 시장에선 코인 열풍이 한창인데 관련 법과 제도가 미비해 실제 사업이 크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취재팀은 세계 크립토 전쟁 현장과 한국의 현실을 소개한다.》
26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환전소에서 손님이 환전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 암암리에 달러화 스테이블코인을 원화로 대량 환전해주는 시장이 확산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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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관련 법이 제대로 마련되기도 전에 ‘코인 경제’가 빠르게 움트고 있다. 이재명 정부에서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를 약속한 데다 이미 코인 경제가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 및 강남 지역 일대에선 사실상 불법적으로 운용되는 이른바 ‘간판 없는 코인 환전소’들이 생겨나고 있다. 외국인들은 전국 7곳에 마련된 외국인 전용 ‘코인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해외에서 발행된 코인을 원화로 환전받는다.
하지만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제대로 유통 중인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사실상 ‘0’개. 국내 코인 투자자가 1000만 명을 돌파하고 관련 사업 열풍은 뜨겁지만 제도가 미비한 탓에 시장이 제대로 크질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미국, 홍콩, 싱가포르 등 기존 글로벌 금융 선진국들은 가상자산 파생상품부터 스테이블코인 결제 생태계까지 발 빠르게 ‘코인 경제’를 키우고 있다.
● 코인 법 기다리던 기업들 “해외로 갈까 고민”
국내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발행되거나 결제되는 길이 막혀 있다. 관련 규정이 없어서다. 국회에선 올 6월부터 스테이블코인 발행 요건이나 운용 방법을 규정한 법안들이 줄줄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계류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 7월 직접 하원의원들을 설득해 ‘지니어스 법안’을 통과시킨 미국과 달리 한국은 부작용을 우려해 신중하게 접근 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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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거래가 많은 비트코인은 국내서 결제는 가능하지만 인프라가 충분치 않아 문제다. 이렇다 보니 아예 해외 시장을 노리는 업체들도 있다. 명동찌개마을 가맹점을 운영하는 회사 정다원은 직영점 5곳에서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하다. 정다원과 코인 결제 시스템을 마련한 비트윈비츠의 김동욱 대표는 “국내 가상자산 결제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다 보니 싱가포르 등 동남아에서 가상자산 결제 사업을 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 韓, 200조 원 가상자산 ETF 시장 놓치나
이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해 1월 비트코인 현물 ETF를 처음 승인한 이후 국내에서도 도입에 대한 요구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세계 비트코인 가상자산 현물 ETF의 운용자산(AUM) 규모는 1446억 달러, 이더리움 ETF 운용자산은 243억 달러다. 두 ETF를 합쳐 총 1689억 달러(약 235조 원)의 자금이 몰렸다. 한국만 235조 원에 이르는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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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