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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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급 위원장을 포함해 공무원 31명이 근무하는 정부 조직이 있다. 상근자 외에 100명 넘는 전문가를 위원이나 전문위원으로 두고, 3년 동안 예산 300억 원을 썼지만 제대로 된 정책 보고서 하나 못 냈다. 사회 통합을 내세웠지만 볼썽사나운 내부 주도권 다툼만 뉴스가 됐다. 국민 혈세를 계속 쓰며 이런 조직을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공약으로 출발했다. “백년대계인 교육 정책이 정권 따라 흔들리면 안 된다. 사회적 합의로 향후 10년 중장기 교육 정책의 틀을 마련하자”는 취지였다. 의도는 좋았다. 문제는 교육 전문가 사이에도 추구하는 가치가 다른데 어떻게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3년간 합의 대신 내부 다툼만
국교위 법은 문 전 대통령 임기 말인 2021년 7월 국회를 통과했고, 국교위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후인 2022년 9월 활동을 시작했다. 진보 정권에서 틀을 잡고 보수 정권 때 가동된 것이다. 위원 21명 중 대통령이 5명, 국회가 9명을 임명하는데 이배용 위원장을 포함해 과반이 보수 성향으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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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적으로 밀린 진보 진영은 “다수파가 밀실에서 담합한 안을 밀어붙인다”며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중장기 교육계획을 맡은 진보 측 전문위원 8명이 전원 사퇴해 전문위원회를 새로 꾸려야 했다. 의견이 모아지긴커녕 교육계는 더 분열됐고, 지난해 9월 발표 예정이었던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시안’ 발표는 4차례나 연기됐다. 결국 국교위 1기는 중장기 교육계획을 한 번도 발표하지 못한 채 다음 달 임기를 마치게 됐다.
진영 갈등의 최전선이 됐다는 점 외에도 국교위는 여러 한계를 드러냈다. 실질적 권한이 없었던 과거 자문기구를 보완하기 위해 의결·집행 기구로 출범했지만 5년 단위 교육계획을 발표하는 교육부, 초중고 교육을 관할하는 시도교육청과 역할이 겹쳐 ‘옥상옥 논란’이 이어졌다. 장기적·거시적 접근이 목표였지만 교육과정 및 대입제도 심의 때 지엽적 지적만 하고 원안을 통과시키며 거수기 논란을 자초했다. 결국 내부에서도 ‘총체적 실패’란 지적이 나왔고 교육계 안팎에서는 ‘국교위 무용론’이 확산됐다.
‘조국 딸 사과’ 새 위원장의 정치 편향 논란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때 다양성과 공정성을 갖춘 위원 구성, 시민 참여 확대 등을 통해 국교위가 제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교육철학이 다른 다양한 위원과 시민이 참여한다고 사회적 합의가 도출될까. 설사 합의가 나온다 한들 5년 후 바뀐 정권이 이를 존중하고 받아들일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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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 논설위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