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중산대 의대 교수 비류잉 씨 “희귀병 고통 심해진 어머니 존엄사 결심 가족들 모여 ‘생전 장례식’ 열고 존경 표해”
스스로 물과 음식 섭취를 중단해 사망에 이르는 단식 존엄사는 ‘VSED(Voluntarily Stopping Eating and Drinking)라는 용어로도 불린다. 국내에서는 낯설지만 미국과 네덜란드에서는 일부 시행되고 있다.
비 씨의 어머니는 64세에 소뇌에 이상이 생겨 사지가 점점 마비되는 희귀병인 소뇌실조증을 진단받았다. 이후 병세가 악화되며 고통이 심해지자 단식 존엄사를 결심, 2020년 83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6월 27일 대만 타이베이시에서 만난 비 씨는 “어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을 통해서 어떤 종류의 사랑은 손을 내려놓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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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어머니는 억지로 치료해 고통을 연장하지 말자는 말씀을 자주 했다. 2019년 병세가 빠르게 악화되면서부터는 더이상 삶의 의미가 없고 어떻게 해야 잘 떠날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 그 즈음에 어머니가 일본 의사가 단식 존엄사에 대해서 쓴 책을 읽고 단식으로 삶을 마무리하겠다고 선언했다. 어머니가 20년 동안 병으로 고통받는 걸 바로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그 결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물과 음식을 끊어 죽음에 이르는 것이 실제로 가능한가.
“물론 본인의 강한 의지와 가족의 지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일반인에게 굶어 죽는 아사는 고통스럽지만 임종을 앞둔 이에게는 다르다는 점이다. 단식 존엄사를 선택하는 고령의 중증 질환자는 일반인처럼 허기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21일 동안 단식했다. 그 시간은 어떻게 보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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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
“단식 17일째 되는 날, ‘생전 장례식’을 열었다. 가족들이 모두 모여 어머니의 삶을 회고하며 대화를 나눴다. 어머니의 일생을 담은 영상도 틀어 함께 보면서 존경과 사랑을 전했다. 그 순간 어머니는 마치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 같았다. 우리 가족은 ‘참 잘 사셨다’는 상패를 드리는 듯한 마음으로 마지막을 함께 했다. 생전 장례식을 마치며 어머니는 ‘난 훌훌 떠날 테니 울지 말거라’라고 말씀하셨다.”
― 단식 존엄사는 대만 내에서 논란의 대상이다.
“대만 호스피스 학회에서는 단식 존엄사를 지지하지 않는다. 자살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미국과 네덜란드 등에서는 단식 존엄사를 하기 위한 표준 가이드라인도 마련돼 있다. 죽음의 방식은 환자가 최종적으로 결정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식 존엄사에 대한 더 많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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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누구나 겪는 마지막 길이다. 품위 있게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면 반드시 미리 준비해야 한다. 가족과 일상적으로 죽음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어떤 선택을 하고 싶은지 논의해야 한다. 그러면 죽음에 대한 공포를 최대한 내려놓을 수 있다.”
타이베이·신베이=김소영 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