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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을 위해 15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발표했다. 8일까지 전쟁을 끝내지 않으면 추가 제재를 하겠다며 최후통첩을 날리더니 D데이가 지나자 대화 모드로 돌변한 것이다. 2021년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미-러 정상회담은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푸틴이 국제 외교 무대에 처음 등장하는 행사다. 외신은 휴전 약속도 없이 열리는 양국 정상회담 자체가 푸틴에겐 외교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는 영토 협상이다. 전쟁 발발 3년 6개월이 지난 현재 러시아는 상대국 영토의 20%를 점령했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영토의 0.00007%를 확보한 상태다. 트럼프는 자신처럼 뉴욕 부동산업자를 러시아 특사로 보내 사전 협상을 맡겼는데 푸틴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핵심 광공업 지대인 돈바스 2개 주(루한스크, 도네츠크)를 요구했다고 한다. 이에 더해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금지도 주장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리 땅을 점령자에게 선물로 내주진 않을 것”이라고 반대하지만 알래스카 회담장에 그의 자리는 없다. 우크라이나 운명은 거래를 원하는 트럼프와 승리를 원하는 푸틴 사이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로선 우크라이나와의 광물 협정 체결로 군사 지원에 따른 ‘투자비 회수’를 했으니 경제적 정치적으로 부담되는 전쟁을 끝내고 ‘평화 중재자’의 공을 차지하고 싶을 것이다. 푸틴은 1년 6개월은 더 버틸 수 있다고 한다. 러시아 경제가 거덜나기 전에 우크라이나 병력부터 바닥날 것이라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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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사도 강대국 간 협상에 좌우돼 왔다. 얄타 회담 이후 열린 포츠담 회담에서 일제 패망과 한반도 분단이 결정됐고, 6·25전쟁 정전협정 원문엔 한국 대표 서명이 없다. 그래도 한국은 남들이 우리 운명을 결정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전후 100여 개 신생국 중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성취한 유일한 나라로 우뚝 섰다. 알래스카 회담을 남 일처럼 보고만 있어야 할 절망적인 우크라이나가 한국의 성공 사례를 보고 희망을 잃지 않길 바란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