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사에서 바라본 풍경. 평창=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계곡을 끼고 걷는 월정사 선재길은 힐링 그 자체다. 평창=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에서 주인공 뫼르소는 “태양이 눈 부셔서” 권총을 들지만, 실은 “뜨거워서”가 아니었을까. 손에 총이 있었다면, 태양을 향해 쏘고 싶을 정도. 태양이 화살처럼 작열해 내리꽂힌다는 게 이런 걸지도. 이런 날씨는 중간에 차가 고장 났다고 거짓말이라도 하고 돌아가고 싶을 정도다. 가만히 있어도 화가 치밀어 오르는데, 가장 싫어하는 상사와 단둘이 여름휴가를 떠난 느낌이랄까.
그렇게 짜증 반, 화 반으로 도착한 강원 평창군 오대산 월정사(주지 퇴우 정념 스님) 선재길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렸는데…, 상사가 갑자기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짜증과 화, 폭염을 모두 데리고.
일주문부터 상원사까지 약 9km의 월정사 선재길은 순례길이자, 각종 문화재와 자연 경관이 어우러진 힐링 코스. 기승을 부리는 폭염과 열대야도 이곳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맥을 못춘다. 평창=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광고 로드중
월정사 선재길의 시작인 일주문. 그 뒤로 1700여 그루의 전나무가 숲을 이루는 황토길이 펼쳐진다. 현판 ‘월정대가람’은 탄허 스님(1913~1983) 친필이다. 평창=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울창한 산림 속을 걷는 선재길. 평창=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전나무숲이 빽빽하게 어우러진 선재길. 평창=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금강연(金剛淵), 월정사 부도군, 반야연(般若淵)을 지나 상원사로 오른다. 금강연은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물이 휘돌아 모여서 못이 되는데, 용이 숨어 있다는 말이 전해온다. 봄이면 열목어가 천 마리, 백 마리씩 무리 지어서 물을 거슬러 올라온다”라고 묘사됐던 장소. 반야연의 물이 내려와 모이는 곳이다.
상원사 입구. 붉게 물든 단풍나무가 새파란 나뭇잎과 대조를 이뤄 장관을 자아낸다. 평창=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상원사는 세조가 이곳에 와 피부병이 나았다는 일화가 있다. 국사 교과서에 나오는 상원사 동종이 있는 그곳이다. 그런데 사찰이 계단 꼭대기에 입구가 있다. 너무 가팔라 하늘을 쳐다볼 정도로 고개를 들어야 문이 보인다.
광고 로드중
곳곳에 놓여있는 작은 돌탑. 어떤 소원을 빌며 돌을 올렸을까. 평창=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아쉽지만 모든 것은 끝이 있다. 일주문 앞, 세워둔 차에 올랐는데 사라졌던 상사가 나타났다. 폭염도 다시 시작됐다.
평창=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