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치적 마녀사냥” 글 올린지 하루만에 이스라엘 법원 “총리 외교일정 감안” 연기 결정 트럼프, 하마스와 휴전 이끌어내려 감싸는 듯
AP 뉴시스
“통제 불능의 이스라엘 검찰이 미친 짓을 벌이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독립 국가의 사법 절차에 개입하지 말라.”(야이르 라피드 전 이스라엘 총리)
이스라엘 법원이 두 번째 집권 시절의 뇌물 수수, 사기, 배임 혐의로 이스라엘 현직 총리 최초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재판을 지난달 29일 전격 연기했다. 당초 빠르면 하루 뒤 관련 심리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법원이 “향후 2주간 총리의 외교 및 안보 관련 일정을 감안할 때 증언할 필요가 없다”며 연기를 결정했다. 2020년 5월 시작된 이 재판은 아직 1심 판결조차 나오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트루스소셜에 네타냐후 총리의 상황을 두고 “(재집권 전) 내가 당했던 것과 비슷한 ‘정치적 마녀 사냥’”이라며 “당장 재판을 멈추라”고 썼다. 또 “미국은 이스라엘 보호와 지원에 매년 수십억 달러를 쓰고 있다. (재판 강행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노골적으로 재판 연기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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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더는 핵 개발에 나서지 않을 것이며, 내주 이란과 회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5.06.26.헤이그=AP/뉴시스
● 트럼프, ‘가자 휴전’ 목적으로 재판 연기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트루스소셜에 “네타냐후 총리의 재판은 즉시 취소되고 그가 사면되어야 한다”고 썼다. 3일 후에는 “비비(네타냐후 총리의 애칭)를 놓아줘라, 그는 할 일이 많다”며 재판 연기를 또 촉구했다.
이스라엘은 같은 달 13일 이란을 공습해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등 군 수뇌부를 제거했다. 8일 후 트럼프 대통령 또한 미국 역사상 최초로 이란 핵 시설 3곳을 공습했다. 줄곧 미국의 이란 공습을 촉구했던 네타냐후 총리의 설득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6월 16일(이하 현지 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테헤란 시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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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법원은 그간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와의 전쟁, 이란과의 휴전 협상 진행 등을 이유로 재판 연기를 요청했을 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연기를 요구하자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했다. 야권은 이 점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국 부호 아르논 밀한 등으로부터 고급 샴페인, 시가 등을 선물 받고 감세, 인수합병(M&A) 지원, 미국 비자 연장 등의 편의를 봐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별도로 그와 측근들은 카타르에서 자문료 명목으로 총 6500만 달러(약 880억 원)를 받은 혐의로 경찰 조사까지 받고 있다. 이스라엘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의 로넨 바르 전 국장은 “네타냐후 총리 측이 재판 연기를 도와달라고 했지만 거절하자 국장에서 해임했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메릴랜드주 프린스 조지 카운티에 있는 조인트 베이스 앤드루스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네덜란드로 향하는 전용기에 탑승해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2025.06.25.프린스 조지 카운티=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의 대표적인 친(親)미 국가인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추가 수교를 중재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집권 1기인 2020년 9월 자신이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의 외교협상 정상화 즉 ‘아브라함 협정’을 중재했다는 점에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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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습 성과가 미미했다는 일각의 지적에는 “이란의 핵 능력을 파괴했고, 그걸로 끝냈다”고 반박했다. 이란이 공습 전 농축 우라늄을 사전에 숨겼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핵물질은) 위험하고 무겁기에 (이동이) 쉽지 않다”고 답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