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외국산 철강 사용 가전에 50% 관세 23일부터 냉장고 등 8개 품목 대상… 가전업체, 실적 부진속 공급망 비상 美, 자동차 관세 추가 인상 압박도… 환율 하락 겹쳐 수출 실적 악화
미국이 외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을 사용한 냉장고와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도 50%에 달하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한국 가전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미국산 철강 제품으로 공급망을 돌리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자동차 관세도 추가 인상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 한국 주력 수출 산업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 냉장고-세탁기에도 50% 관세 폭탄
15일 가전 업계에 따르면 23일(현지 시간) 시행이 예고된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에 대비해 각 기업은 대책 마련에 열중하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12일 연방 관보를 통해 50% 관세 부과 대상인 철강 파생상품 목록에 냉장고, 건조기, 세탁기, 식기세척기, 오븐 등의 8개 품목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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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비밀 누출 문제도 있다. 관세 계산을 위해서 제품에서 철강이나 알루미늄이 얼마나 쓰였는지를 외부에 공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두 개 이상의 금속을 녹여서 만든 금속재료인 합금의 경우에는 어떻게 계산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며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추가적으로 나와야지 여파에 대해 추산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뜩이나 올해 수출이 부진한 한국 가전업체들의 실적 전망도 어두워졌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한국산 냉장고의 대미 수출액은 4억1579만 달러(약 57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35.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세탁기를 비롯한 가전용 회전기기의 대미 수출액도 1억7581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7.0%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는데 관세로 인해 가격까지 오르면 수요가 크게 줄어들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 車 관세 추가 인상 압박… 환율도 악재
자동차 업계에도 전운이 감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현재 25%인 수입차 관세를 머지않아 추가로 올릴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미 25% 관세는 수출을 옥죄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5월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18억4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2.0% 감소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5월 미국 판매 증가율도 6.7%로 전월(16.3%) 대비 크게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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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은 미국 외 글로벌 판매망 다변화를 통해 활로를 모색한다는 구상이다. 대안으로는 중국 시장이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올 1∼4월 중국에서 13만8000여 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1.8%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달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공식 방문해 장젠융 베이징자동차그룹 당서기 겸 회장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장상식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가전업체의 경우 제품 테스트도 해야 하기에 단기간에 철강 공급처를 구하기 어렵다”며 “자동차 업계도 추가적인 고율 관세를 버티기 어렵기에 정부에서 협상에 나설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한종호 기자 hj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