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후 첫 거래일인 4일 국내 증시가 급등세를 나타냈다. ‘개미(개인투자자)’였음을 내세우며 ‘코스피 5,000 시대’를 공언한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편과 주주 환원 확대, 불공정 거래 처단을 앞세운 증시 부양 공약이 현실화되리란 기대감이 번진 것이다.
● 코스피, 외인·기관 순매수에 2.66% 상승
강력한 자본시장 선진화 의지를 보여온 이재명 대통령 취임 첫날인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71.87p(2.66%) 오른 2,770.84, 코스닥 지수는 9.92p(1.34%) 오른 750.21으로 마감했으며, 달러·원 환율은 3.50원 내려 1,370.00원을 보이고 있다. 2025.6.4.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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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내 증시 상승세에는 이 대통령의 한국 증시 부양 공약에 대한 기대감이 그대로 반영됐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스스로를 “꽤 큰 개미 중 하나였다”고 말하는 등 국내 증시에 대한 전문성을 강조해 왔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고질적 원인으로 지적되어 온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고,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및 물적분할 시 일반 주주 대상 신주 물량 배정 제도화 등 주주 환원 정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주가 조작 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을 비롯한 상장사 임직원 및 주요 주주 등이 단기매매 차익을 얻을 경우 해당 법인이 매매 차액을 반환 청구하도록 의무화하는 등의 불공정 거래 처단에 대한 공약도 내놨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PBR이 0.1~0.2배 수준인 상장사는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하는 등 저성과 상장사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예고하기도 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PBR 0.2배 미만의 상장사는 45곳으로, 퇴출 시 지수가 100포인트 가깝게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 “정책 부작용도 고려한 신중한 접근 필요” 의견도
증시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의 증시 부양책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정상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새 정부에서 자사주 제도 변화, 상장 주식 축소 등 시장 제도가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형진 빌리언폴드자산운용 대표도 “올해가 거버넌스 이슈 해결의 원년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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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주 환원 정책이 주주들의 이익을 고려하는 것은 맞고, 방향성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투기자본 공격에 대한 방어 수단을 마련하는 등 부작용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증시 저평가는 상속세 등 세제 문제도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며 “지배구조에만 집중한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