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지식 축적해 데이터로 재생산… 첨단 기술보다 단순 노동 비중 커 AI 기술 대부분 외주 업체서 시작 동아프리카 저임금 노동자 고용해… 데이터 분류-콘텐츠 검수 등 작업
현재 인공지능(AI)이 개발되는 현실 속 세계는 ‘AI의 아버지’ 앨런 튜링을 다룬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위쪽 사진)처럼 이상적이기보단 과거 나사(NASA)에서 차별받던 흑인 여성들을 그린 영화 ‘히든 피겨스’에 가깝다. 책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에 따르면 AI 기술 개발의 이면에는 동아프리카 외주 업체의 값싼 노동력이 자리하고 있다. 블랙베어픽처스·20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출연한 동명 영화로도 잘 알려진 이미테이션 게임은 1950년 발표된 이후 AI 이론의 토대를 다졌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책은 이 테스트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꼬집는다. “기계가 얼마나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드냐가 아니라, 얼마나 잘 속이는가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오늘날 ‘인간 지능의 거울’로 여겨지는 AI는 사실 ‘추출 기계(Extraction Machine)’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책은 AI가 “인간의 지식과 창의성, 노동력을 빨아들인 결과로 데이터를 내뱉을 뿐”이라며 이면의 각종 문제점을 면밀히 따진다. 영국 옥스퍼드대 인터넷연구소 교수인 마크 그레이엄과 영국 에식스대에서 각각 정치학과 노동사회학을 가르치고 있는 제임스 멀둔, 캘럼 캔트가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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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AI 개발이라고 하면 에어컨 잘 나오고 번지르르한 사무실 속 엔지니어들을 떠올린다. 그러나 AI 훈련에 필요한 시간의 약 80%가 (하청업체의) 데이터세트 주석 작업에 쓰인다.”
AI 발전에 대한 기여도 및 노동 강도 대비 임금과 고용 안정성은 떨어진다. 예컨대 메타의 외주 기업은 주로 동아프리카 저소득층 노동자들을 고용해 콘텐츠를 검수하는데, 대다수가 1∼3개월 단위 계약이다. 이러한 데이터 노동은 지리적 제약이 덜하다. 인터넷만 연결되면 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전 세계 노동자들이 경쟁해야 하는” 구조라 임금은 하향 평준화된다.
향후 사무직 근로자까지 AI로 대체되면 열악한 노동 시장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저자들은 “노동자 조직의 집단적 힘을 강화하고 엄격한 규제를 도입할 것” 등을 제안한다. 그러면서 2019년 구글에서 외주 노동자들과 정규직 직원들이 손을 잡은 사례를 든다. 구글이 구글 어시스턴트를 개발하던 계약직 직원들에 대한 계약을 축소하자 정규직 직원 900여 명이 함께 항의하면서 임금과 복리후생이 개선됐다.
저자들은 “AI 산업은 가장 저렴한 노동력과 자원을 찾아 세계 곳곳으로 끊임없이 이동할 것”이라며 “이를 가능케 한 구조를 재구성할 전 세계적 연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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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