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나눔] 사회적 기업 ‘에코맘의 산골 이유식’ 경남 하동 지리산 인근에 설립 90여 종류 지역 농특산물 활용… 제조 인력 100% 지역민 고용 하동-남해에 연 2억 제품 후원… 취약계층 유아 9000여 명 지원
“지역 농가와 함께해 국내산 제철 농산물로 친환경 이유식을 만들고 싶었어요. 대한민국 아이들의 외갓집이 되고 싶다는 다짐으로 이유식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2012년 4월 경남 하동군 악양면 지리산 인근에 설립된 이유식 전문 사회적 기업 ‘에코맘의 산골 이유식’ 오천호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웃었다. 에코맘의 산골 이유식은 지리산 인근 농가와 협력해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이유식을 만든다. 아이들의 건강과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키워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 단골손님 아이디어에서 이유식 사업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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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다시 고향으로 내려가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덕분에 예상보다 일찍 내려가 사업을 시작해볼 수 있었어요.”
2009년 슬로시티로 지정된 고향 하동에서 ‘느리게 만드는 음식’인 이유식을 청정 지역 농산물로 만들어 제조 및 판매사업을 시작했다. 슬로시티는 자연 속에서 느린 삶을 추구하고 지역의 고유한 자연과 전통문화를 지키며 속도보다 방향을 추구해 나가는 도시를 일컫는다. 하동은 2009년 국제슬로시티연맹으로부터 첫 슬로시티 인증을 받았고 2014년, 2019년에 이어 지난해 재인증을 받았다. 이로써 2029년 2월까지 국제슬로시티 회원 도시 자격을 유지하게 됐다.
● 유아 월령별 이유식 개발부터 지역 농가 협력까지
‘에코맘의 산골 이유식’ 제품. 하동에서 얻기 어려운 식재료를 제외하고 쌀, 한우 등 이유식에 들어가는 재료 대부분은 경남 하동 농산물을 사용한다. 행복나래 제공
이유식을 월령별로 구분해 내놓은 점도 인기를 얻는 비결이다. 유아 치아 발육 상태 등에 맞춰 이유식 쌀의 점성과 농도 등을 세분화해 이유식 급여 초기(4∼6개월), 중기(7, 8개월), 후기(9, 10개월), 완료기(11, 12개월)에 맞춰 이유식 제품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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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유통 없이 농·특산물을 직매입해 협력 농가에 10% 이상 높은 단가를 지급하고 있어 지역 농가 상생에도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사업 초기에는 4개 농가와 계약 재배를 했으나 사업 규모가 커져 현재는 217개 소농가와 협력해 이유식에 들어가는 제철 농·특산물을 확보했다. 2015년부터는 로컬푸드 융·복합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하는 지역 업체와 협력해 이유식과 간식 제품 등을 만들어 판매한다.
● 경남 하동과 남해 취약계층 유아 이유식도 지원
오천호 ‘에코맘의 산골 이유식’ 대표(오른쪽)와 이삼희 경남 하동군 부군수(왼쪽)가 이유식 후원 협약을 맺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올해 에코맘의 산골 이유식은 하동군과 하동에 출생 신고한 가정을 대상으로 이유식을 지원하는 이유식 후원 협약을 3년째 이어가고 있다. 행복나래 제공
한 달에 취약계층 유아 40∼50명의 이유식을 책임지고 있다. 유아 한 명당 하루 세 끼의 이유식을 일주일에 두 번 지원한다. 오 대표는 “하동 지역민이 가장 사랑하는 기업이 되고 싶었다”며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아이들이 부담 없이 이유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유식 지원은 하동군 악양면에서 시작됐으나 점차 하동 전체로 확대됐다. 현재는 하동 인근인 경남 남해 지역까지 지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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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에는 행복얼라이언스가 주관한 하동 ‘행복두끼 프로젝트’에 참여해 하동 내 복지 사각지대 결식우려 아동 50명을 대상으로 1년간 3200끼의 도시락을 지원했다. 지역 농산물로 도시락을 직접 만들어 지원 아동에게 개별 배송한 것. 설날과 추석 등 명절에는 기업 자체 예산을 들여 지원 아동에게 하동 특산물인 배 등의 과일을 선물했다. 또 사회적 기업의 사회적 성과를 측정해 인센티브로 보상하는 SK의 대표적 사회적 기업 지원 프로그램인 SK 사회성과인센티브(SPC)에 2015년부터 참여해 총 3억8000만 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지원받아 기업의 이유식 후원에 보탰다.
조민영 행복얼라이언스 본부장은 “행복두끼 프로젝트는 결식우려 아동을 위한 민관 협력 기반의 지역 사회안전망 구축 모델”이라며 “에코맘의 산골 이유식은 지역 내 생산·가공·배송까지 모두 가능한 실행 주체로, 이들의 참여 없이는 하동군 내 사회안전망 구축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동 건강과 지역경제를 동시에 고려한 기업의 기여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노인과 반려동물을 위한 죽 제품 개발 및 이유식 해외 수출 등 적극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오 대표는 “노인을 위한 죽 사업과 반려동물을 위한 이유식 사업으로의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며 “10여 년간 국내 배달 이유식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유식의 해외 수출 또한 준비하고 있다”고 앞으로의 사업 확장 계획을 밝혔다.
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