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신문에 8일 실린 평양 여명거리 사진. 2017년 완공된 평양 핵심 지역이지만 차량이 거의 없어 8차로 간선도로가 한산하다. 노동신문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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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2017년에도 북한이 자가용 승용차 보유를 허용했다는 뉴스가 나왔지만, 당시엔 개인 명의 차량 등록은 불가했고 사업소나 기관 명의로 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번엔 개인 명의 등록까지 허용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물론 지금까지도 자가용 소유는 북한 법률상 불법은 아니었다. 북한 민법 59조는 ‘공민은 살림집과 가정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가정용품, 문화용품, 그 밖의 생활용품과 승용차 같은 기재를 소유할 수 있다’고 개인 소유권 대상을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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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을 살 수 있는 큰돈은 ‘그 밖의 법적 근거에 의하여 생겨난 재산’밖에는 만질 수 없는데, 지금까지 이 ‘재산’은 일본에서 송금이 오는 총련 귀국자들이나 인정받을 수 있었다.
북한에서 자가용 승용차 보유를 허용하려면 바뀌어야 하는 것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이 58조 적용의 유연성이다. 차량 구매 비용은 분배나 개인 부업으로 충당할 수 없다. 북한 같은 체제에선 많은 돈을 합법적으로 벌었다고 증명하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 증명하려다가 오히려 재산이 공개돼 ‘비사회주의적 행위자’로 처벌받을 위험이 높다. 자가용 소유는 외국과의 무역을 통해 얻은 개인 수입이나, 외국에서 벌어온 재산, 장사를 통해 번 재산을 모두 ‘법적 근거에 의하여 생겨난 재산’에 포함시켜 인정해야 가능하다.
또 운전면허 제도도 개편해야 한다. 북한에서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으려면 ‘자동차운전사양성소’에서 1년을 공부해야 하는데, 입학 자격과 연령이 매우 제한적이다.
여러 장애물이 있겠지만 자가용 승용차 보유가 허용되면 북한 주민들의 욕망을 크게 자극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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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용 승용차 보유를 허용해도 아무나 무작정 좋은 차를 살 순 없다고 한다. 메르세데스벤츠나 렉서스 같은 고급 승용차는 여전히 고위 간부만 탈 수 있고 개인은 중국산 차량만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중국에서 팔리는 판매가격 5000달러 안팎의 4인용 전기차 등은 북한에서도 잘 팔릴 것이다. 폐기 직전의 값싼 중고차도 북한에 대량으로 들어갈 것이다.
휴대전화는 보유 허용 초기에 장사꾼이 많이 샀다. 실시간 정보 교환은 이들에게 더 큰 부를 안겨 주었다. 자가용 승용차도 마찬가지로 있는 자와 없는 자 사이 삶의 질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가 될 것이다. 팔 물건을 넣은 배낭을 메고 다니는 장사꾼은 도태될 것이며 물류 이동은 훨씬 활발해질 수밖에 없다.
자가용 보유의 의미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 비싼 집과 차는 인간의 탐욕을 자극하는 가장 대표적인 상품이다. “우리 집은 왜 차가 없느냐”는 자녀의 투정에 초연할 수 있는 부모는 많지 않다.
자가용 보유가 허용됐다고 해도 아직은 정말로 믿고 사도 될지 몰라 서로 눈치 보는 시기일 것이다. 하지만 권력이나 인맥을 믿고 용감하게 사는 자들이 점점 나오게 될 것이고, 그들이 무사하다는 것을 보면 너도나도 사게 될 것이다. 나중에 자금 출처를 들먹이며 자가용을 뺏기도 쉽지 않다. 차를 몰수한다는 것은 곧 부유층에게서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도 빼앗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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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