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고무 등 태우고 31시간만에 진화 도심 전체 유독가스-분진 등 퍼져 주민들 “머리-목 통증” 고통 호소 공장 스톱… 금호 “공급엔 문제 없어”
17일 오전 7시 11분경 광주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금호타이어 직원 1명과 소방관 2명이 다쳤고 인근 아파트 4개 단지 주민 212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소방 당국은 화재 직후 국가소방동원령을 내렸고 18일까지 진화 작업을 이어갔다. 공장에 쌓인 타이어와 고무를 태운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광주=뉴스1
18일 오후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공장 인근에 사는 이승길 씨(68)는 통증을 호소했다. 공장 화재 이후 퍼진 연기를 들이마셨다는 이 씨는 대화 도중 연신 ‘목이 아프다’며 생수를 들이켰다. 이어 “주차된 차들에 화산재 같은 분진이 내려앉아 잘 지워지지도 않는다”고 했다. 화재 발생 31시간 만에 큰 불길은 잡혔지만, 매연과 분진이 광주 전역으로 퍼져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 석탄보다 열에너지 많은 타이어, 31시간 만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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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고무, 타이어 등 인화성 물질이 가득한 공장에 불이 붙자 커다란 불길과 검은 연기가 겹쳐 공장 일대는 한때 재난 지역을 방불케 했다. 화재 신고 5분 만인 17일 오전 7시 16분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초기 진화에 실패했다. 소방 당국은 오전 10시경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하고 소방관 462명, 장비 168대를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공장에서 대피하던 20대 근로자 1명이 추락해 조선대병원 신경외과에서 척추 골절 수술을 받았다. 소방관 2명도 부상을 입었다. 인근 아파트 4개 단지 주민 212명이 대피했다.
1974년 설립된 이 공장은 타이어를 연간 1200만 개 생산하는 등 금호타이어 국내 생산의 약 45%를 차지한다. 공장엔 타이어 제작용 고무 20t과 각종 화학물질이 있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타이어는 같은 무게의 석탄보다도 더 많은 열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석탄 1kg은 2만7200kJ(킬로 줄·열량 단위)의 열에너지를, 타이어는 3만7600kJ의 열에너지를 가진다. 이에 따라 불이 붙은 타이어는 다량의 연기와 강한 열을 내며 화재 진압도 어렵다. 금호 공장 화재 주불 진화가 31시간 이상 걸린 이유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타이어 고무가 대량으로 있어 대형 화재로 번진 것”이라며 “타이어의 원재료인 고무 및 합성수지 등은 가연성이 높은 물질로, 연소 시 다량의 유독가스와 연기, 열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 암-호흡기 손상 가능성도… “주민 모니터링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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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연구에서 타이어 연소 시 나오는 유해물질은 다양한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한창우 교수팀이 2023년 3월 12일 발생한 한국타이어 대전 공장 화재 사건을 분석한 결과 주민들의 상기도 감염, 폐질환, 편두통, 두드러기 및 홍반 등의 피부질환 발생이 증가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 조사에 따르면 폐타이어 연소로 인한 대기 오염 물질이 암, 돌연변이, 선천적 기형, 유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편 이번 화재로 광주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되자 금호타이어는 재고를 상당량 비축해 뒀고 곡성공장 등으로 생산지를 재배분할 수 있어 공급에 당장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한종호 기자 hj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