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관리 수단인 ‘용도지역’… 주거-상업-공업-녹지 등 구분 주거환경 지키고 분쟁 막아… 현 제도는 용도-밀도 연동돼 고밀 주거나 저밀 상업 조성 못해… 규제 풀어 복합 개발 촉진 움직임
우리나라 도시에는 구역별로 노랑, 빨강, 보라, 초록 등 4가지 색깔이 칠해져 있습니다. 순서대로 주거, 상업, 공업, 녹지 등 도시에 필요한 기능을 분류한 것이죠. 그런데 국토교통부는 이런 구분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특별한 구역’을 올해 말 발표할 계획입니다. 서울시는 관련 제도 개편을 요구하고 있죠. 국내 도시 분야 최대 학회인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에서 위 내용을 다루는 ‘용도지역제’에 대한 세미나를 열기도 했습니다. 이번 부동산 빨간펜에서는 용도지역제 내용과 이를 왜 완화하려는 것인지 알아봅니다.
Q. 용도지역제가 무엇인가요?
“용도지역제는 일정 지역에 토지 이용, 건축물 용도, 용적률, 높이 등을 제한하는 제도입니다. 도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다양한 기능이 갖춰져야 합니다. 일할 곳도 있어야 하고 잠잘 곳도 있어야 하죠. 밥을 먹고 산책할 공간도 필요합니다. 이처럼 도시 기능을 골고루 확보하기 위해 △주거 △상업 △공업 △녹지 등 크게 4가지로 토지 이용 방침을 정하고 있습니다. 지정 목적에 부합하는 행위는 유도하고 부합하지 않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배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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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도지역 출발지로 거론되는 19세기 독일에도 비슷한 문제의식이 있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공업화가 가속화되면서 공해를 발생시키는 공장을 주택 밀집지로부터 분리할 필요가 있었죠. 1916년 뉴욕시에서 채광, 통풍 목적으로 상업지역 내 공장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지도를 활용해 건축물 밀도 관리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용도지역은 글로벌 기준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Q. 용도지역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재건축, 재개발 등에 주로 거론되는 주거지역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주거지역은 목적에 따라 1종(4층 이하 저층 주택), 2종(15층 이하 중층), 3종(15층 초과 중고층), 준주거(상업 기능 결합) 등으로 구분됩니다. 고층 아파트 단지는 3종 일반주거지역에, 주상복합 아파트는 준주거지역 또는 상업지역에 들어서죠. 주거지역에는 호텔 같은 숙박시설이나 공장, 창고시설은 들어설 수 없습니다.”
Q. 그런데 용도지역을 왜 유연하게 적용하려고 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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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용도지역이 유연해지면 어떤 변화가 생길 수 있을까요?
“홍대 일대나 연남동 카페거리, 해방촌 등 주거지역에 자리 잡은 상업가로를 관리하기 쉬워집니다. 만약 현재 기준으로 해당 지역을 관리하기 위해 용도지역을 상업지역으로 변경하면 밀도 증가가 동반돼 저밀 상업가로 특성이 파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밀 주거를 신설해 주거 공급 문제를 해소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역세권 지역이 대표적입니다. 업무·주거·오락 등이 결합된 특정 구역을 조성할 수도 있습니다. 시설 특성상 다른 기능에 문제를 주지 않는다면 주거, 상업, 공업 등 용도 간 구분을 없애거나 복합시설을 허용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공업지역에 주거, 상업 기능이 들어서는 것이죠. 밀도는 기반시설 등을 고려하는 동시에 인근 지역과 조화를 이루도록 결정합니다.
Q. 복합개발 유도 정책에 문제점은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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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빨간펜’에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