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법의학교실 유성호 교수 신간서 죽음에 대한 대비 다뤄 “유언,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 저는 이문세 노래 좋아한다고 썼죠 팬데믹후 죽음 개인화-고립화 우려”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 연구실에서 만난 유성호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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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중년에 건강한데도 해마다 유언을 새로 쓰는 이가 있다. 죽음을 일상에서 다루는 유성호 서울대 법의학교실 교수(53)다.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의대 연구관에 있는 연구실에서 만난 유 교수는 대뜸 “(저한테서) 냄새가 나지는 않지요”라고 물었다. 바로 직전에 부검을 마치고 오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냉동보관실과 세포배양실을 거쳐 복도 끝에서 두 번째로 있는 연구실. 그의 공간은 늘 죽음과 마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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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신간은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21세기북스) 이후 6년 만에 선보인 책이다. 특히 이번엔 죽음에 대한 대비를 화두로 삼았다. ‘식탁에서 죽음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연장자가 가장 먼저 죽음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쉽게 실천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유 교수는 “당연히 죽음은 꺼려지고 회피할 수밖에 없는 단어”라며 “하지만 죽음을 인생의 마무리로 받아들인다면 삶을 더 소중하고 충실하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가 현재 맡고 있는 교양 강의 ‘죽음의 과학적 이해’는 서울대에서 인기가 많다. 이번 학기에만 620명이 수강하는 초대형 강좌다. 푸릇푸릇한 젊은 학생들에게 그는 ‘유언 에세이’를 과제로 낸다고 한다. 삶의 방향을 찾고자 한다면 거꾸로 마지막을 생각하는 게 도움이 된다는 지론이다.
“노년에 관한 얘기들을 보면, 온통 재테크만 주제로 삼아요.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마지막을 어떻게 정리할까’를 꼭 생각해 보는 겁니다. 아픈 뒤에는 늦어요. 건강할 때 온전한 정신으로 유언을 설계해야 합니다.”
유 교수가 이런 믿음을 갖게 된 건 1년여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여전히 가슴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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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막상 유언을 떠올려 봐도 뭘 쓸지 막막한 이도 적지 않다. 유 교수는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조언을 건넸다.
“자기 가치관에 따라 ‘형제들끼리 싸우지 마라’ 정도를 쓰는 분도 계실 것 같고, 조금 더 섬세한 분은 장례식장 음식도 결정하실 수 있겠죠. 저는 이문세의 노래 ‘소녀’를 정말 좋아하는데, 그런 것도 알려주고 싶어요.”
그는 신간에서 죽음을 직면해야 삶의 소중함을 알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가 미리 쓴 ‘삶을 마무리하며 드리는 당부’의 일부. “제가 돌봄이 필요한 상태가 돼도 노래를 들으며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해주세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분도 늘어났어요. 사회가 죽음을 개인의 문제, 남의 문제로만 바라보기 시작하면 개인이 너무 외롭고 힘들어집니다. 가까운 사람과 가족, 자신의 죽음을 미리 준비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을 도울 여유도 생기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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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