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층간소음 갈등’에 무게…지난해 윗층과 쌍방폭행 주민들 “평소 이웃에 욕설 퍼부어”…정신질환 가능성도
21일 오전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60대 남성이 농약살포기를 이용해 건물을 향해 불꽃을 발사하고 있다.(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2025.4.21/
2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아파트에서 불을 지른 60대 A 씨는 기름이 담긴 통과 농약 살포기를 연결해 ‘화염 방사기’처럼 만들어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방식과 쓰인 도구 등을 고려하면 미리 범행을 계획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A 씨는 자신이 지른 불에 숨졌고, 아파트 4층에 살고 있던 70, 80대 여성 2명은 전신 화상 끝에 추락해 중상을 입었다. 연기를 마시거나 호흡 곤란을 호소하는 입주민 등을 감안하면 총 부상자는 13명에 달한다. 2019년 4월 19일 경남 진주시에서 벌어진 안인득 방화 살해(5명 사망, 17명 부상) 이후 최악의 아파트 참사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 층간소음 원인 추정… ‘사전 연습’ 정황도
2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 진화 작업 후 현장이 검게 그을려 있다. 2025.4.2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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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8시 17분쯤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21층 규모 아파트에서 불이 나고 있다. (독자 제공) 2025.4.21
범행 전 ‘사전 연습’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드러났다. 그는 아파트 방화 약 15분 전 1.5km 떨어진 인근 빌라 앞 쓰레기더미에 농약살포기로 불을 질렀다.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흰색 모자와 검은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A 씨가 기름통과 연결된 농약살포기를 쥐고 불을 지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경찰은 A 씨가 농약 살포기를 개조해 방화에 사용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그가 사용한 농약살포기는 현장에서 불탄 상태로 발견됐다. 해당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선 A 씨의 오토바이에 기름이 가득찬 기름통이 실려있는 것이 확인됐다. 화재 현장 인근에 있는 A 씨의 집에서는 유서와 현금 5만원 나왔다. 유서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어머니를 잘 부탁한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감식과 부검을 통해 A 씨가 분신을 했는지 여부도 확인 중이다.
● 주민들 “범인, 생전 자주 욕 퍼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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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 후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17분 봉천동 소재 21층 규모의 아파트 4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신원미상의 남성 1명이 숨지고 4층에서 추락한 70~80대 여성 2명이 전신에 화상을 입는 등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2025.4.21/뉴스1
관악구청은 해당 아파트 주민들에게 한 끼 9000원가량의 식사비를 지원하고, 인근 숙박업소와 연계해 화재 복구시까지 숙박도 제공할 방침이다.
한편 최근 아파트 내 주민 간 갈등이 참극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7월 서울 은평구에선 30대 남성이 같은 아파트 주민을 이유없이 일본도로 살해했고, 8월엔 최성우(29) 아파트 흡연장에서 망상에 시달리다가 다른 입주민 남성을 때려 살해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최원영 기자 o0@donga.com
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