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자 출신 천연 조향사 저자 다채로운 향기 내는 식물 이야기 ◇향기/엘리스 버넌 펄스틴 지음·김정은 옮김/360쪽·2만5000원·열린책들
야생동물 생물학자로 일하다 ‘향기’의 매력에 빠져 천연 조향사로 전업한 저자가 다채로운 향기를 내는 식물에 관해 쓴 책이다. 식물도감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유향과 몰약, 향신료, 향수 등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역사와 문화, 생태, 산업, 첨단 기술까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든다. 인류의 문화사에서 ‘향기’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 가장 유명한 향수 중 하나인 샤넬 No.5는 분리된 향기 분자의 효과에 의존한 최초의 향수는 아니지만, 현대 향수의 상징이 되었다. 꽃향기가 나는 여성에게 염증을 느낀 코코 샤넬은 자신을 위해서 1920년대의 새로운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환상의 향수 제작을 의뢰했다. 그녀가 원한 향수는 여성스러우면서 깨끗하고 우아한 향이 나고, 진취적인 여성들에게 팔릴 만한 향수였다.”(12장 ‘향기의 세계: 산업과 패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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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누구나 자신만의 향기가 있지만 상호작용을 통해 누군가의 것은 향기로, 누군가의 것은 냄새라고 불린다. 앞에 ‘좋은’ ‘맑은’이란 수식어가 붙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더러운’ ‘고약한’이 붙는 사람도 있다. 향기로웠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추한 냄새를 내는 사람으로 바뀌고, 그 반대도 허다하다. 지금 향기를 내고 있는가, 아니면 냄새를 피우고 있는가. 어느 쪽인가.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