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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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주주행동주의는 ‘기업을 공격한다’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나 기업 가치를 높이는 ‘가치투자형’ 행동주의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 주주행동주의에 있어 변화는 올해 주주총회 시즌을 기점으로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소액 주주 연합이 이사회 구성과 주요 의사 결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쳤으며, 이사회 구성을 변화시키면서 자본 배분 전략에 대한 전환도 끌어냈다.
과거 한국의 자본시장 참여자들은 주주행동주의 활동에 대해 외국계 펀드의 공격적인 적대적 인수합병(M&A)과 연결 지으며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업들의 가치를 높이는 지원군으로 인정받으면서 차가웠던 시선을 지워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개인투자자가 급증한 영향이 크다. 일각에서는 이를 ‘동학 개미 운동’이라고 일컫기도 했는데, 바야흐로 주식 시장의 대중화가 본격화했다. 개인투자자가 늘어나면서 금융당국도 일반주주 보호 강화를 위해 이사의 충실 의무를 명문화하거나 일반주주 이익 보호 강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기에 비사이드, 액트, 헤이홀더와 같은 주주행동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소액주주들의 참여와 결집을 이끌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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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DB하이텍과 태광산업의 사례는 한국에서도 가치투자형 행동주의가 본격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소액주주 연합이 이사회 구성과 주요 의사결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지배주주의 지분이 더 이상 절대적인 보호장치가 될 수 없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났다.
한국 자본시장에서도 미국의 Proxyteers처럼 주주들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통해 기업의 의사결정을 변화시키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단순히 법적 최소 기준을 충족하는 것을 넘어 주주와 투자자들의 기대 수준에 부합하는 의사결정이 요구되고 있다. 향후 한국 자본시장의 진화를 주도할 가치투자형 행동주의 흐름에 투자자들은 지속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