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국무회의 절차요건 위반…군경 투입해 국회 권한행사 방해 소추 사유에서 내란죄 철회, 사실관계 동일하게 유지하므로 허용” 尹, 임기 765일 남겨두고 파면…박근혜 이후 헌정 사상 두 번째
2월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대통령의 탄핵심판 10차 변론이 열린 가운데 자리에 앉은 윤대통령이 생각에 잠겨 있다. 2025. 2. 20.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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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진행된 선고에서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여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함으로써 국가긴급권 남용의 역사를 재현하여 국민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경제·정치·외교 전 분야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피청구인의 법 위반 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친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된다”며 재판관 8인의 일치된 의견으로 이같이 결정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기일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4.04 사진공동취재단
● 헌재, “국회의 탄핵소추 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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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우선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는 적법하게 이뤄진 것으로 판단했다. 문 권한대행은 “고위공직자의 헌법 및 법률 위반으로부터 헌법 질서를 수호하고자 하는 탄핵심판의 취지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계엄 선포가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요하는 행위라 하더라도 그 헌법 및 법률 위반 여부를 심사할 수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비상계엄이 단시간에 해제돼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만큼 소추 사유가 되지 못한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 권한대행은 “이 사건 계엄이 해제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계엄으로 인하여 이 사건 탄핵 사유는 이미 발생하였으므로 심판의 이익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중대한 소추 사유의 흠결이라고 주장한 ‘내란죄 철회’에 대해서도 “기본적 사실관계는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적용 법조문을 철회·변경하는 것은 소추 사유의 철회·변경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특별한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 “尹 선포 비상계엄 모두 위헌·위법”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기일이 진행되고 있다. 2025.04.04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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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심판 최대 쟁점이었던 계엄군의 국회 장악 시도에 대해서도 중대한 법 위반이 인정됐다. 문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은 군경을 투입하여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통제하는 한편 이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함으로써 국회의 권한 행사를 방해하였으므로, 국회에 계엄해제 요구권을 부여한 헌법 조항을 위반하였고,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불체포특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날 “피청구인이 국회의 권한 행사가 권력 남용이라거나 국정 마비를 초래하는 행위라고 판단한 것은 정치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며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생각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일부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피청구인과 국회 사이에 발생한 대립은 일방의 책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는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해소되어야 할 정치의 문제”라며 이를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화하는 사유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