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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지난달 28일 워싱턴 정상회담이 예상 밖 파국으로 끝났다. 3년을 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라는 트럼프의 압박에 힘이 부친 젤렌스키가 희토류 등을 내놓는 광물 협정에 서명하는 형식으로 투항할 것이란 전망은 빗나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당신의 푸틴 (러시아 대통령) 혐오 때문에 협상이 힘들다”라면서 “당신 손에는 (상황을 주도할) 카드가 없다. 미국 무기가 없었더라면 전쟁은 2주 만에 끝났을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또 “당신은 이 나라에 매우 무례하다”고 쏘아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푸틴과) 외교라니 무슨 외교인가” “푸틴은 (불가침) 약속을 하고도 재차 침공한 인물”이라고 맞섰다. 이에 J D 밴스 부통령까지 격식에 맞지 않게 나서 “감사할 줄 모른다”고 압박했다. 곁에 있던 미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좌절한 듯 머리를 감싸며 고개를 저었다. 젤렌스키는 오찬, 공동기자회견, 협정서명식 등 일정을 취소하고 미국을 떠났다.
이번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만든 자유민주주의 연대의 지도국 지위를 내던진 장면으로 역사에 기록될 만하다. 미국은 서유럽에선 나토라는 집단안보체제를, 동아시아에선 한국 일본과 일대일 군사동맹을 맺으며 자유 세계의 리더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트럼프는 미국이 자기 나라와의 무역에서 돈을 많이 번 부자 국가들을 지켜주느라 국력을 낭비했다고 믿고 있다. 미국의 안보 수혜국이 돈을 훨씬 더 내지 않으면 미국은 손을 떼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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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한국의 선택이다. 지난주 유엔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정반대의 결의안 두 가지가 표결에 부쳐졌다. 미국은 안보리에 낸 결의안에서 ‘러시아가 침략자’란 표현을 뺐다. 유럽과 우크라이나는 총회에 낸 결의안에서 러시아를 침략자로 적시했다. 한국은 둘 다 찬성했다. 미국과 한배를 타야만 하는 국가의 운명과, 세계 평화와 인류 공영이라는 오랜 안보 가치 가운데 어느 쪽도 저버릴 수 없었을 것이다. 동시에 한국이 미래에 마주할 수많은 가치 충돌을 예고하는 장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