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심판] “국회의원 봉사직 전환, 특혜 폐지”… 입법부 사실상 무력화 계획한듯 정치인 체포 등 ‘수거-수집’ 거론… “실미도 이동후 폭파” 메모도 담겨
12·3 비상계엄 사태를 사전에 모의한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24일 서울 은평구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4.12.24 뉴스1
18일 수사당국 등에 따르면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확보해 검찰에 넘긴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엔 ‘선거구 조정’, ‘선거권 조정’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계엄과 함께 헌법이 보장한 현재의 선거 관련 시스템을 조정하려는 구상으로 이해될 수 있는 단어들이다.
국회의원 제도 변화와 관련된 내용도 등장한다. 구체적으로는 ‘국회의원 숫자: 1/2(2분의 1)’, ‘국회의원 봉사직으로 전환’, ‘특혜 폐지’ 등의 메모가 적혀 있었다. 법조계에선 선거 제도뿐만 아니라 입법부 전반에 대한 변화를 노 전 사령관이 염두에 뒀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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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사령관은 계엄을 ‘행사’라고 표기하기도 했다. 수첩 곳곳에는 ‘행사 병력 전투 지원’, ‘행사 준비 점검’ 등의 글이 적혀 있었다. ‘D-1 미국 협조’라는 부분은 계엄 실행 하루 전에 미리 미국의 협조를 구한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미국은 윤 대통령의 계엄에 대해 사전에 아무런 내용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거 및 수집’이라는 단어도 적혀 있어 주요 정치인 등을 체포하려 한 정황도 담겨 있었다. ‘행사 병력 전투 지원’이라는 문구와 함께 ‘대민 피해 X’, ‘시내 군복 입고 X 사복 착용(식사, 휴가 등)’ 등의 메모도 있었다. 계엄에 동원되는 병력에 관한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노 전 사령관이 구상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이와 함께 ‘실미도 하차 후 이동 간 적정한 곳에서 폭파하도록 한다’는 메모도 있었다.
검찰은 앞서 노 전 사령관을 기소하며 공소 사실에서 수첩 내용을 제외했다. 검찰은 수첩에 적힌 문구들이 노 전 사령관의 평소 생각을 쓴 것인지, 실제 계엄을 준비한 정황인지 불분명해 신빙성 여부를 따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첩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필적 감정에서 ‘감정 불가’ 판정을 받은 상태다. 작성자가 노 전 사령관인지, 제3자인지 알 수 없다는 취지다. 경찰 특수단 관계자는 “저희는 (수첩 내용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검찰에) 송치했다”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 측은 “향후 재판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충실히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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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