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전쟁에 안전자산 수요 폭증 골드바 하루 판매액 100억원 넘어 국내 금값 20% 높아 ‘김치 프리미엄’ “단기 차익 노린 추격 매수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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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시중은행의 골드바 판매 금액이 사상 최대치를 다시 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불확실성 증대로 금값이 폭등하자 ‘금 투자 광풍’이 불어온 결과다. 금 수요가 단기에 급증하면서 국내 금 현물 가격이 다른 국가에 비해 비싸게 거래될 정도다. 전문가들은 금을 단기 차익 목적으로 매수하기보다는, 불확실성 대비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보유하는 게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지적한다.
● 이달 들어 골드바 400억 원 넘게 팔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은 이달 들어 13일까지 총 406억345만 원어치의 골드바를 판매했다. 이는 한 달 전 같은 기간(135억4867만 원)의 3배, 1년 전(20억1823만 원)의 20배에 각각 해당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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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을 예고한 직후인 이달 5일 하루에만 시중은행에서 38억873만 원어치의 골드바가 팔렸다. 11일 한국조폐공사가 은행권에 골드바 공급을 잠정 중단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금 수요는 더욱 폭증했다. 13일 하루에만 108억3217만 원어치의 골드바가 팔리는 등 전례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서울 영등포구 소재 은행의 지점장은 “지난주(10∼14일) 내내 골드바 문의가 끊이지 않아 일상적인 업무를 소화하기조차 힘들었다”며 “당분간은 고객들 수요에 맞춰 골드바를 공급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계속 말씀드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 코인 이어 금 시장에서도 ‘김치 프리미엄’
단기간에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에서 거래되는 금 가격은 전 세계 시장보다 높게 책정되는 상황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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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최근 금값이 단기간에 큰 폭으로 상승한 만큼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식의 추격 매수는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정은 NH농협은행 WM전문위원은 “금 투자는 단기 시세 차익보다는 장기적인 자산 배분 전략으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전체 자산의 10% 정도를 금, 달러 등의 안전자산에 담아두는 게 좋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선일 신한프리미어 PWM서울파이낸스센터 팀장도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 치우는 시점에 단기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한 투자는 자제해야 한다”며 “당장의 가격 상승이 아닌 자산 운용 과정에서 분산 투자 용도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