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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910년, 아이나르 미켈센 대위가 이끄는 덴마크 원정대는 그린란드에서 악전고투를 벌인다. 임무는 두 가지. 3년 전 먼저 탐험을 떠났다 실종된 1차 원정대원 세 사람의 유해를 찾는 것과 상황이 허락하면 그들이 하기로 했던 임무를 하는 것이다. 1차 원정대의 임무는 그린란드 북동쪽에 위치한 피어리랜드가 그린란드와 육지로 이어져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문제는 그린란드가 단순히 평평한 얼음 세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험난한 산과 거대한 크레바스, 그리고 앞이 보이지 않는 눈보라 속을 헤매야 하는 곳이다. 이를 뚫고 두 달 반 넘게 가던 어느 날, 동행한 이바르 이베르센이 식량이 다 떨어졌다며 미켈센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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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여정은 산다는 게 무언가를 향해 가는 것이라는 걸 보여준다. 하지만 맛있는 열매는 가지 끝에 있듯 그 무언가가 가치 있을수록 얻는 건 쉽지 않다. 힘은 빠져 가는데 나타나야 할 희망의 징후가 보이지 않으면 아무리 굳은 마음이라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갈 수나 있는지, 아니 향해 가고 있는 그 무언가가 존재하는지조차 헷갈린다. 계속 가야 할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포기하는 게 현명한 건지 알 수 없다.
2년 전쯤, 이 덴마크 원정대의 분투를 담은 ‘얼어버린 시간 속에서(Against the Ice)’라는 영화를 보느라 인내심깨나 발휘한 적이 있었다. 실화여서였는데 인내심이 필요했던 건 배경이 오로지 눈과 얼음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볼 때는 좀 달랐다. 사람이건 물건이건 다른 상황에서 보거나, 속이야기를 알고 나면 달리 보인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무엇보다 무언가 가치 있는 걸 향해 가는 여정은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이 그린란드에 관심을 둔 게 무려 100년도 훨씬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는 건 이 영화가 주는 덤이다.
그들은 썰매를 이끌다 쓰러진 개를 식량 삼아 세상의 끝으로 간다. 삶일 수도 있고 죽음일 수도 있는 곳을 향해 계속 간다. 영화를 볼 이들을 위해 다 말할 수는 없지만 이들이 생사를 넘나드는 과정은 무언가를 이룬다는 게 어떤 건지, 무엇을 겪고 견뎌야 하는지 알게 해준다.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