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도주했던 북한 어민 두 명이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북송되는 사진을 통일부가 공개했다.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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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북한 전문가로서 문재인 정부 시기에 벌어진 북한 어민 북송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내게 물었다. 당시 그는 윤석열 대선 캠프의 영입 1호였고, 안보 분야 이슈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북송 사건을 더불어민주당을 공격할 적합한 소재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는 북송된 북한 어민 두 명이 무고하다고 믿는 듯했다.
그래서 이런 취지로 대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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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캠프는 대선 기간엔 이 사건을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그런데 집권하자마자 이 사건부터 꺼내 들었다. 대통령실은 북송 사진들을 공개하면서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 반인도적 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이 만든 ‘국가안보문란 실태조사TF’의 한기호 위원장은 “16명을 살해했다는 것은 북한이 탈북 브로커를 송환하기 위해 거짓말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와 집권당의 누구도 이들이 흉기로 하룻밤 새 동료 16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흉악범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사람은 지금도 문재인 정부가 무고한 탈북 어민들을 강제 북송한 것으로 믿고 있다.
이들의 송환 결정에 참가한 문재인 정권 안보라인 핵심 인사들에 대한 결심 공판이 마침내 지난달 13일 열렸다. 대통령 구속 사태 속에서 사람들의 이목도 끌지 못했다.
검찰은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정원장에겐 징역 5년을,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겐 4년을,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에겐 3년을 구형했다. 대통령실까지 나서 반인륜적, 반인도적 범죄라고 규탄했던 것에 비하면 시시한 구형이다. 이달 19일에 열릴 1심 선고에서 북송을 범죄로 볼 것인지, 통치 행위로 볼 것인지가 판가름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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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공소장엔 “탈북민들은 탈북 과정에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우리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받고 죄책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북송된 흉악범들은 탈북 과정에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다. 조업 중에 동료들을 죽였고, 일당 중 한 명이 체포되자 도주한 것이다. 이들이 한국으로 오려고 했던 것도 아니다. 한국 해군과 조우하자 이틀이나 도주했고, 결국 경고사격과 특수부대의 선상 진입으로 제압돼 체포됐다. 그러자 할 수 없이 귀순 의사를 밝혔을 뿐이다.
특대형 흉악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한 자들이라 해도 충분히 조사하지 않고, 국민 모르게 서둘러 북송하려 했던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 맞다. 흉악범도 재판 받을 권리가 있다는 주장도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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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북송 어부들이 무고한 듯 몰아갔던 정부와 집권당의 그 누구도 “그들이 살인자는 맞지만, 그럼에도…”라고 솔직히 말하는 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들이 증거 불충분으로 석방돼 우리 동네에 살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도 국민들이 “집권하자마자 16명을 살해한 희대의 살인자들의 인권 문제부터 챙긴 윤석열 정부가 훌륭하다”고 했을까.
주성하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