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학교 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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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에 물리거나 접촉성 피부염 등으로 인해 가려움증이 생기면 본능적으로 긁게 된다. 하지만 긁기는 염증을 유발해 상태를 악화할 수 있다. 긁으면 긁을수록 가려움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긁는 행위는 종종 쾌감을 안겨준다. 왜냐하면 긁는 동작이 약간의 통증을 유발하여 뇌가 가려움증에서 벗어나도록 주의를 돌리기 때문이다. 이 통증은 뇌에서 ‘가분 좋은 호르몬’안 세로토닌을 분비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면역력을 키워 해당 부위의 박테리아 감염을 막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긁는 행동은 해로움과 유익한 효과를 모두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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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 접촉 피부염은 옻나무나 니켈과 같은 특정 금속 등 알레르기 유발 물질 또는 피부 자극물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으로 인해 가렵고 피부가 부어오르는 발진이 생기는 질환이다.
가려움을 참지 못해 충동적으로 긁는 행동을 할 경우 염증이 추가 돼 증상이 악화하고 치료 기간이 늘어난다.
이 악순환을 알아내기 위해 카플란 교수 팀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진행했다.
한 무리의 정상적인 쥐는 습진과 유사한 접촉 피부염을 유도한 귀 부위를 긁을 수 있도록 내벼려 뒀다. 반면 다른 한 무리의 정상적인 쥐는 귀 부위에 발이 닿지 않도록 보호 장구를 채웠다. 세 번째 무리의 쥐는 가려움을 감지하는 신경 세포를 제거했다.
정상적인 쥐들이 가려움을 참지 못 하고 긁자 귀 부위는 부풀고 백혈구의 일종인 호중구(neutrophil)라는 염증성 면역 세포가 급증했다. 반면 보호 장구를 채운 정상 쥐와 신경 세포가 제거된 쥐는 염증과 부기가 훨씬 경미했다. 이를 통해 긁는 행동이 피부 상태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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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게 정리하면 ‘긁기 → P 물질 방출 →비만 세포 활성화 → 호중구 끌어들여 추가 염증 유발’의 과정을 통해 염증성 피부질환을 더 악화 시킨다.
논문에서 캡처,
그런데 긁기는 면역력 강화에도 큰 역할을 한다. 이 또한 비만 세포 때문이다. 비만 세포는 다양한 염증성 피부 질환과 알레르기 반응의 주범이지만, 동시에 박테리아와 기타 병원체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면역학과 조교수이자 공동 저자인 말리스 메이젤 박사가 주도한 실험에서 연구진은 긁는 행동이 피부 감염에 가장 흔히 관여하는 박테리아인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의 양을 줄이는 것을 확인했다. 황색포도상구균은 식중독, 폐렴, 골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박테리아다.
“긁는 행동이 황색포도상구균에 대한 방어를 개선한다는 사실은 특정 상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만성적이 가려움증일 경우, 긁는 행동이 피부에 가하는 손상이 이러한 이점을 능가할 확률이 더 높다”라고 카플란 박사가 말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피부염, 딸기코라고도 부르는 주사피부염(rosacea), 두드러기와 같은 염증성 피부 질환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을 연구하고 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