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출신 린가드 FC서울 완장 차… “팀 분위기 살리고 매사 솔선수범” 포항 수비수 완델손 2년 연속 주장… “외인 선수 팀 적응 적극 도와 호평” 3번째 리더 맡은 ‘대구의 왕’ 세징야… “2016년부터 ‘원클럽맨’ 상징적 존재”
2025시즌 프로축구 K리그1(1부 리그)은 역대 최다인 세 명의 외국인 선수가 주장 완장을 찬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뛴 경력이 있는 린가드가 FC서울의 주장을 맡았다. 린가드(가운데 10번)가 지난해 7월 10일 대전과의 경기에서 2-1로 이긴 뒤 팬들 앞에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프로축구 K리그1(1부 리그) FC서울의 외국인 선수 린가드(33)는 지난해 6월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기성용(36) 대신 임시 주장을 맡은 뒤 이렇게 말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서울에 입단한 그는 이름값만 놓고 보면 K리그를 거쳐 간 역대 모든 외국인 선수를 통틀어 최고다. 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에서 뛴 그는EPL 통산 182경기에 출전해 29골을 넣었다.
지난 시즌 임시 주장으로 17경기(7승 5무 5패)를 소화한 린가드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했다. 팀이 이겼을 땐 라커룸에서 신나게 춤을 췄고, 졌을 땐 “고개 숙이지 말자” “지나간 경기는 잊자”며 동료들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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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가드는 휴가를 반납하고 개인 훈련을 하는 성실한 태도와 후배들을 살뜰히 보살피는 모습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서울 관계자는 “EPL을 보면서 성장한 어린 선수들이 솔선수범하는 린가드를 따라 훈련에 더 적극적으로 임했다”고 전했다. 기성용은 지난해 10월 부상에서 복귀한 뒤 “린가드가 (EPL에서 뛴)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팀을 위해 헌신하는 걸 보면서 훌륭한 선수라는 걸 새삼 느꼈다”고 했다.
린가드는 틈날 때마다 후배들에게 밥을 사주고, 몸 관리를 위한 식단을 알려준다고 한다. 서울 관계자는 “린가드에게 ‘후배 사랑’의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다. 린가드가 ‘맨유에 있을 때 선배들이 나를 잘 챙겨줘서 적응할 수 있었다. 나도 후배들을 돕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서울은 ‘린가드 효과’를 톡톡히 봤다. 26경기에서 6골을 넣은 린가드의 활약 속에 서울은 K리그1 파이널A에 진입해 4위로 시즌을 마쳤다. 서울은 또 유료 관중 집계가 시작된 2018년 이후 최초로 한 시즌 안방경기 총 관중 50만 명을 돌파(총 50만1091명)했다.
외국인 선수가 주장으로 팀을 이끄는 것은 더는 특별하지 않다. 포항 완델손(36)과 대구 세징야(36·이상 브라질)도 내달 15일 개막하는 K리그1에서 주장 완장을 찬다. 3명의 외국인 캡틴이 나온 건 올해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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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연속 포항의 주장으로 낙점된 완델손이 경기 후 관중에게 박수를 치며 인사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자기 관리가 철저한 완델손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전 경기(38경기)에 출전했다. 포항 관계자는 “유쾌한 성격의 완델손은 한국 선수들과도 끈끈하게 지낸다. 전지훈련 때 한국 선수들이 완델손에게 근력 운동을 가르쳐 달라고 하는 등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걸 보고 주장을 잘 뽑았단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통산 세 번째 대구 주장을 맡은 세징야(가운데)가 득점한 뒤 동료를 끌어안고 기뻐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지난해 K리그1에서 11위에 그쳐 강등 위기에 몰렸던 대구는 충남아산(2부 리그)과의 승강 플레이오프(PO) 1, 2차전에서 세 골을 넣은 세징야 덕분에 합계 6-5로 앞서 1부 리그에 살아남았다. 대구 구단 관계자는 “팀의 상징적 존재인 세징야의 풍부한 경험과 영향력을 고려해 다시 주장을 맡겼다”고 밝혔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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