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블랙박스 먹통 ‘사라진 4분’ 美 “보조 동력원 달아 셧다운 대비” 제주항공 사고기, 法 개정 전 도입 업계 “핵심기록 없어 반쪽조사 우려”
전남 무안 제주항공 참사 여객기에 설치된 블랙박스가 사고 4분 전부터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미국은 항공기 블랙박스의 정상 작동을 돕는 ‘보조전력장치(RIPS)’를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2010년 관련 법을 개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한국은 2018년에야 해당 규정을 적용해 사고기의 블랙박스 전력공급 중단(셧다운)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2010년 연방항공규정을 개정하면서 “보조 동력원(Back up power source)을 달아 최소 9분 이상 음성기록장치(CVR)가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항공기 사고로 인해 셧다운이 되면 CVR과 비행기록장치(FDR)를 담은 블랙박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보조 동력원을 만들어 사고에도 블랙박스가 작동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앞서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11일 “충돌 직전 4분 동안 CVR, FDR 모두 작동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2개 엔진이 모두 정지돼 비행기에 전력 공급이 중단된 것으로 보고 있다. CVR에는 조종석 대화를 비롯해 경고음, 엔진 소음 등이 기록되고 FDR에는 항공기 속도와 고도, 엔진 출력 등의 비행 정보가 담긴다. 블랙박스는 CVR과 FDR을 합친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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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는 관련 규정을 2018년에야 적용했다. 국토부의 ‘고정익항공기를 위한 운항 기술 기준’에 따르면 2018년 1월 1일 이후 국내에 도입된 항공기는 CVR에 동력을 제공해 주는 보조전력장치를 달아야만 한다. 그러나 제주항공은 사고기를 2017년 항공기 리스 업체인 SMBC 에이비에이션 캐피털로부터 임차해 법이 소급 적용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블랙박스 기록 부재로 사고 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항공사 기장은 “사고 직전의 대화, 조종석에서 들리는 작은 소리도 사고 원인 분석의 증거인데, 핵심 정보 부재로 많은 부분을 추론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