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반대 집회를 열고 윤 대통령을 응원하는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8일 밤 한 극우 성향 유튜브에 ‘국힘 지방의원들, 당협위원장들 잘 들어라’라는 제목의 48초짜리 방송이 올라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한남동 관저 앞에 나와 있다는 진행자는 “8, 9일엔 국회 본회의가 있다”며 국회의원들은 특검법 재의결을 막기 위해 본회의장에 있어야 하니 이들 대신 지방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관저 앞으로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부탁이 아니라 협박”이란 말을 재차 반복하며 관저 앞으로 나오지 않은 사람들은 명단을 하나하나 공개하겠다고도 했습니다.
현재까지 16만 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한 이 영상에는 댓글만 1300개가 넘게 달렸습니다. “세금 받아먹고 있으면 나와라” “안 나오는 지방 의원들은 우리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라는 등 진행자 말에 동조하는 글부터, 공지에 올라와 있는 계좌번호로 후원금을 보냈다는 댓글도 보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 첫날 자신의 관저 앞에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 보낸 편지. 그는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께서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있다”며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썼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 30분쯤 관계자를 통해 자필 서명이 담긴 메시지를 집회 현장에 전달했다. 뉴스1
1월 5일 전광훈 목사가 주최한 집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전 목사에게 깍듯하게 인사하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이야~윤상현이 최고래요. 윤상현 최고. 잘하면 대통령 되겠어”라는 전 목사의 발언에 윤 의원은 악수를 청하며 90도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더군요. “다음 대통령은 내가 하려고 하거든. 그런데 내가 윤 의원에게 물려줘야 되겠어”라는 전 목사의 발언에 윤 의원은 함께 박장대소하며 “우리 존귀하신 목사님 또 성도 여러분. 그 성스러운 전쟁에서 싸워주시고 있는 모습에 제가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라고 화답했습니다.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맨 앞)이 1월 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자칭 ‘백골단’이라는 ‘반공청년단’의 기자회견을 열어준 모습. 김 의원 뒤로 하얀색 헬멧을 쓴 청년들이 서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991년 명지대생이었던 강경대 열사 폭행치사 사건을 일으켰던 사복조 전경들, 이른바 ‘백골단’. 동아일보 DB
방송인 김어준 씨가 지난해 12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계엄 당시 암살조 제보를 폭로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뉴스1
요즘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여당을 비난하느라 아주 바쁩니다. 민주당은 10명의 극우 유튜버를 내란선전죄로 고발한 데 이어 일부 유튜브 계정은 아예 폐쇄를 추진하겠다고 벼르고 있죠.
그런데 사실 민주당이 저럴 자격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강성 유튜브를 활용한 정치의 원조는 민주당이 아니던가요. 그동안 주요 선거철이면 민주당의 주요 후보들은 물론이고 현역 의원과 심지어 당 대표 등 지도부까지 줄줄이 김어준 유튜브에 나가 지지를 호소해 왔습니다.
지난해 3월 15일 총선을 앞두고 김어준 유튜브에 ‘더불어민주당 수도권 여전사 3인방’이란 주제로 출연한 안귀령 이언주 전현희 후보가 김 씨의 “차렷, 절” 구령에 맞춰 일제히 절을 하는 모습. 왼쪽에 김 씨가 앉아 웃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지난달 김어준 유튜브에 출연해 민주당 소속 과방위 초선 의원들의 후원 계좌를 채워달라며 홍보하는 모습. 국회 과방위원장인 최 의원이 손판넬을 들어 보이며 “우리 과방위 초선 의원들 후원 계좌 좀 채워주십시오”라고 하자 김 씨는 “계좌번호까지 다 보이기는 어려우니까 이름을 불러주라”고 했다. 유튜브 화면 캡처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4일(현지 시간) 한남동 관저 앞에서 체포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 태극기부대를 소개하는 기사를 내보내며 “사용자들이 각자 보고 싶어 하는 것만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유튜브 알고리즘 방식의 ‘정보 버블’이 나라를 분열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모순적이게도, 지난 12월 3일 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사실을 널리 퍼뜨려 시민들이 군 부대보다 먼저 국회에 도착할 수 있게 했던 것도 유튜브였다”고 평가했습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지금 당장은 손쉬운 득처럼 보일 지 몰라도 언젠가는 분명히 독이 되어 돌아올 거란 경고일 겁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