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토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에게 총격을 가한 혐의로 15일(현지시간) 체포된 유라즈 신툴라(71)가 2016년 친(親)러시아 성향의 민병대 슬로바키아징병대(SB) 대원들과 찍은 사진이 당시 페이스북에 게재된 것으로 16일 드러났다(페이스북 갈무리). 2024.05.16.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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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토 피초(59) 슬로바키아 총리를 총격한 피의자가 71세 시인인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당국은 그가 현실 정치에 불만을 품은 ‘외로운 늑대형’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마투스 수타이 에스토크 슬로바키아 내무장관은 총격 이튿날인 16일(현지시간) 열린 기자회견에서 총격범에 대해 좌우 어느 정당에도 속하지 않은 외로운 늑대형이라고 밝혔다. 외로운 늑대형이란 외부의 조력 없이 주로 사이버 공간에서 극단주의에 빠져 범행을 저지르는 단독 테러범을 뜻한다.
에스토크 장관은 이어 총격범이 지난달 치러진 대선을 계기로 급진적인 정치 성향을 보였다며 정치적 동기에 의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총격범이 범행 동기로 정부의 대(對)우크라이나 정책, 공영방송 개혁, 특별검찰청 해체 등을 꼽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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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더해 피초 총리가 △고위공직자와 부패범죄를 수사하는 특별검찰청을 12월 해체하기로 결정하고 △부패 사범의 형량을 낮춰주는 형법 개정을 추진한 데 이어 △지난 3월 공영방송(RTVS) 폐국을 시도하자 정부의 정책에 항의하는 집회가 연달아 열렸다.
에스토크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피의자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지만, 전날(15일) 슬로바키아 언론들은 총격범이 슬로바키아 남부 레비체 마을에 거주하는 유라즈 신툴라(71)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에스토크 장관은 전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용의자의 신상이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다고 확인해 줬다.
슬로바키아 언론들은 이날도 신툴라의 신원을 추가로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그는 슬로바키아 남서부의 쇼핑몰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했으며 현재는 은퇴해 연금생활자로 살고 있었다. 슬로바키아 작가협회 공식 회원으로 세 권의 시집을 집필하기도 했는데, 2015년 발간된 ‘눈없는 집시’에는 인종차별적인 수사가 고스란히 담겼다.
페이스북에선 신툴라가 정부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영상이 포착됐다. 신툴라는 영상에서 “나는 정부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청산된 매스 미디어, 공영방송사(RTVS)가 왜 공격을 받아야 하냐”며 “왜 사람들이 자리에서 쫓겨나고 얀 자크 국가 사법위원장이 해임돼야 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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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같은 해 신툴라는 친(親)러시아 성향의 민병대인 슬로바키아징병대(SB) 대원들과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그는 “수십만명의 이민자가 유럽으로 건너오고 있다”며 “나도 애국자로서 슬로바키아를 지키고 싶다”고 적었다. 그러나 지난달에는 피초 총리의 친러 외교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석해 ‘우크라이나 만세’를 외친 영상을 게재했다.
이웃 주민들은 신툴라를 선량한 할아버지라며 그의 범행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레비체 마을 주민 마일 루도빗(68)은 이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며 “정치 문제에 있어 강경한 태도를 보이진 않았지만, 정부의 일부 정책에 대해선 올바르지 않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마을 주민 야로슬라프 피로작은 이날 AFP에 총리 피격 사건이 벌어져 안타깝다고 했다.
신툴라의 아들은 전날 슬로바키아 매체 악툴알리티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오랜 세월 합법적으로 총기를 보유했으며, 정확한 범행 동기는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이날 지역 방송들은 신툴라가 쇼핑몰 경비원으로 일하면서 30년 동안 총기 면허를 소지했다며 범행엔 구경 9㎜ 크기의 체코산 권총을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신툴라는 현지시각으로 15일 오후 2시30분쯤 슬로바키아 중부도시 한들로바에서 피초 총리에게 총격을 가했다. 슬로바키아 일간지 SME는 목격자들을 인용해 지역 문화센터에서 내각회의를 마친 총리가 건물 밖으로 나오자 괴한은 악수를 청하며 다가간 뒤 총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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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툴라는 총격 직후 현장 경호원들에게 제압돼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은 전날 구금 중이던 신툴라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슬로바키아 매체들은 현지법을 근거로 법원에서 살인미수 혐의가 인정될 경우 징역 25년에서 종신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