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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축구 울린 신태용 감독 “기쁘고 행복하지만 한편으론 처참하고 힘들어”

입력 | 2024-04-26 07:24:00

황선홍호, '신태용호' 인도네시아에 져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무산



ⓒ뉴시스


‘여우’ 신태용 감독이 한국 축구의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가로막았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이 26일 오전 2시30분(한국시각)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신 감독의 인도네시아와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10-11로 패했다.

B조 1위로 8강에 오른 한국은 토너먼트 첫 판에서 한 수 아래로 여겼던 인도네시아에 충격적인 일격을 당하며 1988 서울올림픽부터 2020 도쿄올림픽까지 이어온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번 대회는 파리올림픽 아시아 예선을 겸하는 대회로 3위까지 올림픽 본선에 직행한다. 4위는 아프리카의 기니와 플레이오프를 거치는데 한국은 8강에서 탈락해 플레이오프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올림픽에 가지 못하는 건 1984 로스앤젤레스올림픽 이후 정확히 40년 만이다.

한국을 울린 신 감독은 “매우 기쁘고 행복하다. 그렇지만 마음 한편으론 너무 처참하고, 힘들다”면서도 “승부는 가려져야 하고, 지금 저는 인도네시아 팀을 맡고 있다. 인도네시아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인도네시아축구협회장과 관계자 모든 분, 그리고 밤잠을 설치고 응원해준 인도네시아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년을 동고동락한 선수들이 있고 잘 파악하고 잘 알고 있다. 선수들한테 동기부여만 만들어주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믿었다”며 “우승도 못한다고 얘기할 수 없다. 분명히 결승까지 갈 수 있다. 자신감을 심어줘 4강까지 올 수 있었다”고 보탰다.

승부의 세계에 있지만 신 감독은 조국의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막은 게 계속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그는 믹스트존에서도 “전부터 계속 이야기했지만 한국이 10회 연속 올림픽 진출이라는 전 세계에서 누구도 이루지 못한 꿈을 달성하면 아무도 그 기록을 깨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며 “내가 8회 연속 진출에 성공했을 때, 그 느낌을 알기 때문에 황선홍 감독님이 대표팀을 맡았을 때부터 10회 연속 진출에 성공하길 바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타깝지만 8강전에서 만났기 때문에 양보할 수 없었다. 경기 전, 애국가가 나오고, 태극기를 보면서 마음이 울컥했다. 우리가 두 골을 넣었어도 한편으로는 먹먹해졌다.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그런 마음이 들어서 많이 힘들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신 감독은 한국 축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지도자다. 프로축구 K리그 성남 일화(현 성남FC)를 거친 신 감독은 U-20 대표팀과 U-23 대표팀, A대표팀을 모두 지휘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8강에 올랐고, 2018 러시아월드컵에선 조별리그 탈락했지만 최종전에서 강호 독일을 잡는 이변을 연출했다.

현역 시절 영리한 플레이로 전성기를 보낸 신 감독은 지도자 변신 후 팔색조 전술을 펼쳐 ‘여우’라고 불렸다.

이날 교체 카드를 신중하게 활용한 신 감독은 “2-1에서 상대가 퇴장을 당하고, 우리 선수들이 조금 더 쉬운 플레이를 하려고 준비했다. 그런데 동점골을 줬다. 상대가 1명 적었지만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교체 타이밍을 가져갈 때 조심스러웠다”며 “상대가 시간을 보내서 승부차기 생각을 하고 있어서 90분이 끝나고 연장 30분에 승부를 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는 연장에서만 교체 카드 3장을 활용했다.

또 “우리가 2-1로 이기고 있을 때 한국 선수가 퇴장당하면서 우리 선수들이 안일하게 대처하는 것 같아서 화가 많이 났다. 선수들이 그런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대처에 미흡했다. 이런 부분들은 하루아침에 바뀌는 게 아니라 경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더 발전해야 한다”고 보탰다.

인도네시아는 4강에서 우즈베키스탄-사우디아라비아의 8강전 승자와 대결한다.

신 감독은 “일단 결과가 나와야 한다. 내일 하루는 회복을 해야 한다. 회복을 하면서 두 팀의 경기를 관전하고 어떤 부분을 파악하고 어떻게 만들지 구상할 것이다”며 “사우디아라비아와는 두바이에서 평가전을 해서 알고 있지만 우즈베키스탄은 전혀 몰라서 내일 직접 보고 구상할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올 때, 선수들에게 ‘우리는 결승까지 갈 수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주기 위해 했던 말은 아니다.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우리는 다크호스나 복병이지만 모든 걸 해낼 수 있다고 했는데도 사람들은 대부분 인도네시아가 올라갈 거라고 생각하지 않더라. 그런데 막상 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의 경기력을 보면 인도네시아가 대회에 참가한 국가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에서 경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동남아시아 축구의 상승세에 대해선 “인도네시아만이 아니라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4개국은 다른 국가들도 이제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며 “동남아시아 팀이라고 해서 방심하면 큰 코 다칠 수 있다. 조금 더 준비를 하고 디테일한 정보를 갖고 잘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인도네시아축구협회와 2027년까지 계약을 연장했다는 소식에 대해선 “아직까지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아서 뭐라고 얘기할 수 없다”면서도 “회장과 좋은 뜻으로 좋은 얘기를 나눴다. 연장은 분명히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인도네시아 축구가 발전하고 있고, 어느 팀과 붙어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올림픽 예선은 생각보다 좋은 성적으로 가고 있다. 월드컵 3차예선에 진출하는 게 목표”라며 “한 단계 더 목표를 잡아서 전진하는 게 목표다. 쭉 지켜봐 주시면 인도네시아 축구가 심상치 않다는 걸 보게 될 것이다”고 했다.


[카타르(도하)·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