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언니들을 롤 모델로 꿈을 키워왔다. 첫 롤 모델은 고등학교 학생회장 언니였다. 훤칠한 키에 공부도 잘하고 심지어 학생회장까지 하는 하이틴 드라마에서나 보던 ‘사기캐’였다. 두 번째 롤 모델은 첫 직장 선배였다. 타고난 패션 센스에 뭘 걸쳐도 태가 났고, 업무뿐 아니라 음악, 미술 등 다방면에 출중했다. 한 상사로부터는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부터 경력 관리에 이르기까지 사회생활 기본기의 팔 할을 배웠다. 사무실에서는 누구보다 냉철했던 그였지만 퇴근 후에는 떡볶이를 나눠 먹으며 고민을 들어주는 언니이기도 했다. 그 뒤로도 언니들은 내게 영감과 자극이 되었고, 크고 작은 위로와 응원을 주고받기도 했다.
김지영 스타트업 투자심사역(VC)·작가
사정이 이러하니 사회에서 가끔이나마 ‘발견’하는 언니들은 비혼이거나 ‘딩크(Double Income No Kids)’인 경우가 많다. 기혼이고 언젠가는 나와 남편을 닮은 아이도 갖고 싶은 나로서는 뭐랄까, 선례를 찾고 싶은 거다. 그러니 어쩌다 아이가 있는 사람을 만나면 혼자 반가운 마음에 의자를 당겨 앉는다. “진짜요? 자녀가 있으세요? 그럼 혹시 아이는 어떻게 키우세요?” 사례 연구를 하는 마음으로. 물론 조부모 중 한 분 이상이 전담으로 봐주시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더러 남편과 온전히 둘의 힘(물론 경제력이 포함된다)으로 일을 하며 아이를 키우는 분들을 보면 안도한다. 소거되지 않은 가능성에 희망을 얻는다.
가보지 않은 길은 알 수 없고, 가치관은 계속 변화한다. 그 무엇도 지금은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변치 않을 분명한 바람이 있다면 보다 다양한 곳에서, 보다 다양한 언니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퇴근 후 떡볶이를 나눠 먹던 그 언니들이 오래도록 어디에든 남아 꿈꿔 주시기를, 나는 나의 꿈만큼이나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곳이 어디이든, 눈물 아닌 기쁨으로 선택한 곳이기를.
김지영 스타트업 투자심사역(VC)·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