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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부는 갈팡질팡, 의료계는 우왕좌왕… 없던 병도 생길 판

입력 | 2024-04-09 23:57:00


대한의사협회가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을 놓고 정부가 8일 “검토하겠다”고 했다가 번복하면서 하루 종일 혼선을 빚었다. 보건복지부 차관이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1년 유예안에 대해 “내부 검토는 하겠다”고 밝힌 후 정부가 내년도 의대 증원을 포기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확산되자 대통령실이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반박한 것이다. 복지부 차관도 오후에 긴급 브리핑을 열어 “1년 유예안은 내부 검토된 바 없으며 향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말을 바꿨다.

정부의 ‘유예안 검토’ 발표가 속보로 전해지자 의대 증원이 의사들의 반발로 이번에도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정부가 유연성을 발휘해 파국으로 치닫는 의료 대란을 수습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가 증원 규모를 놓고 “신입생 모집 요강 확정 전까지 물리적으로 변경 불가능한 건 아니다”라고 덧붙이면서 기대감을 키웠다. 그런데 반나절 만에 “검토할 계획조차 없다”고 했다. 의료계와 이견 조율은커녕 정부 내에서조차 정책 기조가 조율되지 않아 혼란만 키우는 모양새다.

1일 대통령이 의대 증원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후로도 ‘2000명 고수’ 여부를 놓고 혼선이 빚어진 바 있다.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는 대통령의 발언에 의료계가 반발하자 대통령실이 그날 저녁 “2000명이라는 숫자가 절대적 수치는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선 것이다. 설익은 의대 증원 정책으로 의료 대란을 야기해 놓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도 오락가락하니 정책 역량도, 문제 해결 능력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의료계도 우왕좌왕이다. 정부의 ‘통일된 대안’ 요구에 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총선 이후 전공의(인턴과 레지던트), 의대생, 의대 교수 등이 모여 ‘합동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발표했지만 전공의 대표와 의사협회 차기 회장은 이를 부인했다. 이달 중 전국 40개 의대가 모두 개강하면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내년부터는 증원된 5058명에 유급생까지 8000명이 6년간 수업을 들어야 한다. 초유의 사태를 코앞에 두고도 정부는 갈팡질팡이고 의료계는 우왕좌왕이다. 없던 병도 생길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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