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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尹 대국민담화… ‘의대 증원 2000명’ 고수인 건지 아닌 건지

입력 | 2024-04-01 23:57:00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참모들이 배석한 가운데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한의사협회는) 총선에 개입하겠다며 정부를 위협하고 정권 퇴진을 운운하고 있다”며 “대통령인 저를 위협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의대 증원 관련 대국민 담화에서 ‘2000명 증원’에 대해 “확실한 근거를 갖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했다”며 “(의료계가) 더 타당한 방안을 가져온다면 논의할 수 있지만 힘으로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시도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질의응답 없이 50분간 발표한 담화의 대부분을 정책의 정당성을 상술하는 데 할애했다.

의료 공백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대통령이 나서서 꽉 막힌 의정 관계의 출구를 열어주길 기대했던 사람들은 어제 담화를 듣고 더욱 답답함을 느꼈을 것이다. 정부가 2월 초 예상 밖의 ‘2000명 증원’을 발표한 이후 숱한 전문가들이 정부 계획대로 속도를 낼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해 누누이 지적해 왔다. 의대 증원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던 여론이 ‘증원하되 규모와 시기 조정’으로 돌아선 데는 의료 대란의 우려도 작용했겠지만 전문가들이 제안한 점진적 증원이라는 대안이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담화에는 정부 발표 이후 치열하게 전개됐던 사회적 논의 과정에 귀 기울인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이러니 불통 정부 소리를 듣는 것이다.

의료계와의 대화가 절실한 국면에서 의료계를 향해 “기득권 카르텔과 타협하지 않겠다”며 강경 발언을 쏟아내야 했는지도 의문이다. 특히 전공의들의 집단 진료 거부에 대해 “장래 수입 감소를 걱정하는 것이라면 결코 그렇지 않다”며 길게 설명한 것은 현명하지 못한 처사였다. 전공의는 의사 면허만 딴 뒤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미용 의료 쪽으로 간 의사들과 달리 그래도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해보겠다며 수련병원을 택한 이들이다. 이런 의사들을 밥그릇 챙기려는 직역 이기주의자들로 몰아세우면 가뜩이나 정부의 일방적 증원 발표에 마음 떠난 이들이 어떻게 돌아오겠나.

대통령은 “정부 정책은 늘 열려 있는 법”이라며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나 다른 사회적 협의체의 형식으로 의료계에 대화를 제안했다. 대통령실은 대국민 담화 후 “2000명 숫자가 절대적 수치란 입장은 아니다”라며 “숫자에 매몰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해관계자들이 반발한다고 근거 없이 바꿀 순 없다는 것이다. 대학별 정원 배정까지 발표한 상황에서 ‘2000명 증원’을 고수한다는 건지 바꿀 수 있다는 건지 헷갈린다. 다른 전문가들이 제시한 대안은 “근거도 없이 중구난방으로 던진 숫자”라는 식의 경직된 자세로는 대화는커녕 의료계 강경파들의 목소리만 키워 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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