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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지역인재전형 2배로 확대… 1068→2174명 이상

입력 | 2024-03-20 03:00:00

[의료공백 혼란]
비수도권 의대 60%이상 선발 권고
정부, 오늘 의대별 증원 인원 발표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19일 경남 양산시 의대 캠퍼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25일 이후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장 책상 위에 의대생 가운과 부산대 로고가 그려진 점퍼 등이 놓여 있다. 양산=뉴스1


정부가 20일 전국 의대 40곳의 내년도 입학 정원을 발표하는 가운데 지역인재전형 선발 인원은 ‘2174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공고된 2025학년도 대입전형 기본계획에 담긴 지역인재전형 선발 인원 1068명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19일 국무총리실 등에 따르면 한덕수 총리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일 전국 40개 의대별 정원을 발표한다. 정부는 증원분 2000명 중 80%(1600명)는 비수도권, 나머지 20%(400명)는 수도권에 배분할 방침이다. 수도권도 서울보다 경기, 인천 지역 위주로 증원한다. 주요 거점 국립대 의대 7곳은 학교당 200명 안팎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의대(현 정원 135명)보다 큰 매머드급 지방 의대가 다수 생기는 것이다.

정부는 비수도권 의대 정원을 많게는 기존의 2, 3배 이상으로 늘려주는 대신 신입생 60% 이상은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지역인재를 ‘지역의사’로 양성해 지방의료 붕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비수도권 의대가 증원분이 반영된 정원(3623명)의 60% 이상을 지역인재로 선발할 경우 최소 2174명이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된다. 부산대와 동아대, 전남대 의대 등이 이미 80% 이상을 지역인재로 선발해 온 것을 감안하면 실제 지역인재 선발 규모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국무회의에서 “비수도권 지역 의대를 중심으로 대폭 배정해 지역 필수의료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대별 정원 확정은 파국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지방의대 “증원해도 수련병원 부족” 정부 “거점 국립대병원 확대”


의대 지역인재전형 2배로
“지금도 지방 졸업생 절반 수도권行
정원 늘리면 ‘의사쏠림’ 심해질 우려”
정부 “지역필수의사제 도입하고… 권역별 임상교육센터 만들어 실습”


“충북대병원은 약 800병상인데 매년 48명가량 뽑는 레지던트에게 간신히 수련을 시키는 수준입니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가 서너 배로 늘어난다고 더 받을 수도 없고 결국 상당수는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이탈할 겁니다.”(충북대병원 관계자)

입학정원이 49명인 충북대 의대는 이달 초 교육부에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을 250명으로 늘려달라고 신청했다. 지역 거점 국립대인 만큼 20일 대학별 정원 발표에서 200명 안팎이 배정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하지만 충북대 의대 안팎에선 “4, 5배로 정원이 늘어날 경우 교육도 문제지만 수련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내에서 수련이 어려울 경우 수도권 대형병원에서 수련을 받아야 하는데 이 경우 수련 후 수도권에 정착할 확률이 높아 ‘수도권 의사 쏠림’을 오히려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거점 국립대병원을 확대하고 권역별 임상교육센터를 만들어 최대한 지역 내에서 수련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 지금도 졸업생 절반이 수도권 ‘이탈’

지금도 지방 의대 졸업생 절반가량은 수도권에서 수련을 받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2023년 지방 의대 졸업생 1만9408명 중 9067명(46.7%)이 수도권 의대 병원에서 인턴 수련을 받았다. 특히 경북 소재 의대 졸업생의 경우 무려 90%가 수도권에서 수련을 받았다. 반면 수도권 의대를 졸업한 의대생의 경우 97.4%가 수도권에 남아 대조를 보였다.

비수도권 의대에 수련 인프라가 부족한 데다 수도권에서 자리 잡기 원하는 졸업생들이 많다보니 수련 단계에서 이미 수도권으로 이탈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올 상반기(1∼6월) 신규 레지던트 모집에서 전국 국립대병원 15곳 중 비수도권 9곳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정부의 의대 증원이 지방 의료인력 확충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9개 주요 대학병원은 2028년까지 수도권에 대형 분원 11곳을 설립할 예정이다. 총 병상 수는 6600개에 달한다. 신용범 부산대병원 교육연구실장(재활의학과 교수)은 “현 상태가 유지된다면 수도권 신규 병원들이 전공의들의 블랙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지역 국립대병원 역량 키울 것”

정부도 비수도권 의대 졸업생이 수도권 병원에서 수련을 받을 경우 과반이 지역으로 돌아가지 않고 수도권에 남는 것으로 판단하고, 지역에서 수련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먼저 지역 거점 국립대병원을 빅5 병원(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 수준으로 만들어 전공의 수련 역량을 키울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내년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이 전공의 과정에 들어가려면 7년 정도 여유 시간이 있다”며 “현재 전북대병원 등이 추진하는 권역별 임상교육센터를 조기 개설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임상교육센터에선 수술기법 연습 등 실습 중심 교육이 진행된다.

또 지역인재전형 선발을 확대하고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도입 등을 통해 비수도권 의대 졸업 후 해당 지역에서 일할 의사를 양성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20일 증원을 발표한 후 비수도권 의대에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을 60% 이상으로 정하도록 권고하고 향후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경우 법제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청주=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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