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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억원 공탁금 마련 못해… 빌딩 압류위기 몰린 트럼프

입력 | 2024-03-20 03:00:00

사기대출 항소심 25일까지 돈 내야
부동층 36% “유죄 판결땐 지지 안해”
트럼프 만난 머스크 “돈 얘기 없었다”
소송-자금난 사법리스크 본격화




“부지런히 노력했으나 항소심 공탁금을 낼 돈을 마련하는 게 ‘실질적으로 불가능(practical impossibility)’했다.”

가족 회사 트럼프그룹의 자산 가치를 부풀려 사기 대출을 받았다는 혐의로 지난달 민사재판 1심에서 패소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사진)이 항소심을 위한 4억5400만 달러(약 6000억 원)에 대한 공탁금을 마련하지 못해 자산을 압류당할 위기에 처했다. 항소를 위해서는 25일까지 해당 공탁금을 맡겨야 하나 현실적으로 이 돈을 마련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와 별도로 4건의 형사기소, 성추행 및 명예훼손에 따른 민사소송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른 법률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11월 대선을 앞둔 그의 자금난과 사법 위험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25일까지 4억5000만 달러 마련 못하면 압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18일 뉴욕 항소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공탁금 확보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공탁금 마련을 위해 버크셔해서웨이 등 30여 개 금융사를 찾아다녔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소유한 부동산을 담보로 공탁금을 빌려주겠다는 회사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그가 약 3억5000만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공탁금을 빌리기 위한 채권 담보 금액인 5억5000만 달러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이미 지난달 패소 직후부터 공탁금을 1억 달러로 대폭 낮춰 달라고 요구해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5일까지 공탁금을 맡기지 못하면 재판부는 자산을 압류하거나 항소를 거부할 수 있다. 그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은 공탁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유한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 40번지 트럼프빌딩을 압류할 뜻을 내비쳤다.

4건의 형사 기소 중 그가 2016년 대선 직전 성인 영화배우 스토미 대니얼스가 제기한 성추문 폭로를 막기 위해 트럼프그룹의 회계장부를 조작해 입막음 용도의 돈을 지급한 혐의에 대한 재판은 다음 달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그의 사법 위험이 중도층 유권자 확보에 장애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정치매체 폴리티코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동층 응답자의 36%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으면 대선에서 그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 머스크 “트럼프와 돈 얘기 안 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앞서 3일 플로리다주 자택 마러라고리조트에서 세계적 부호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도 만났다. 당시 NYT는 순 자산이 최소 2000억 달러(약 270조 원)에 달하는 머스크가 자금난에 처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후원한다면 11월 미 대선의 경쟁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정 우위를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머스크 CEO는 18일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기부를 요청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적 청구서를 지불하는 것을 돕기 위해 돈을 빌려주고 싶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선의 지지 후보를 결정한 뒤에는 자금 기부를 하겠느냐”는 질문에도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머스크 CEO는 앞서 6일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서도 “미 대통령 후보 두 명 중 누구에게도 자금을 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대대적인 규제를 천명한 중국 동영상 폴랫폼 틱톡에 대해서도 연일 호의적인 발언을 내놓고 있다. 이는 틱톡의 모기업인 중국 바이트댄스의 주요 주주인 월가 금융가 제프 야스 SIG 공동 대표로부터 선거자금을 지원받으려는 속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야스 대표가 트럼프 2기의 재무장관에 기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마저 내놓고 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