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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소라 다음은? 스스로 학습하는 ‘AI 로봇’시대 온다 [딥다이브]

입력 | 2024-02-29 03:00:00

‘로봇연구’ 서울대 교수 3인에 묻다
생성형 AI, 움직이는 로봇과 결합… 자기주도 학습 ‘AI로봇’으로 진화
전세계 아직 초기단계, 韓도 기회… 정부가 앞장서 스타트업 키워줘야



인공지능(AI) 로봇을 연구하는 서울대 교수 3인이 20일 서울대 AI연구원에 모였다. 왼쪽부터 장병탁 AI연구원장, 김현진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박재흥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어떤 질문에도 척척 대답하는 ‘챗GPT’부터 간단한 문장만 주면 고품질 동영상을 뚝딱 만드는 ‘소라(Sora)’까지. 인공지능(AI) 기술의 진화 속도가 무서울 정도다.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공학자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었다.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 원장, 박재흥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 김현진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를 20일 서울대 AI연구원에서 만났다.

● 스스로 학습하는 AI 로봇
“지금의 AI는 글자·이미지·영상으로 세상을 감지한다. (물컵을 들며) 하지만 이게 뭔지 진짜 알려면 만져보고 들어보면서 배워야 한다. 그래야 훨씬 똑똑해진다. AI가 몸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장 원장이 내다보는 생성형 AI의 다음 단계는 바로 ‘AI 로봇’이다. 몸과 센서, 액추에이터(Actuator·구동기)가 있어서 움직이며 학습하는 AI를 뜻한다.

스스로 학습한다는 점에서 사람이 일일이 프로그래밍해야 하는 기존 로봇과는 다르다. 김 교수는 “기존 로봇은 로봇 팔 길이와 무게가 얼마인지 재서 수식으로 개발했다면, AI 로봇은 그런 정보 없이 학습해 나가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공부에 비유하자면 암기식이 아닌 자기주도형 학습인 셈이다.

AI 로봇의 사례로는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지난달 공개한 ‘모바일 알로하’가 있다. 두 팔을 가진 이 로봇은 새우 요리와 설거지, 청소까지 척척 해낸다. 사람의 행동을 그대로 복제하는 훈련을 수십 차례 거치자, 혼자서 간단한 집안일을 수행하게 됐다. 장 원장은 “몸만 있고 말은 못 했던 로봇과 말은 많은데 몸은 없는 챗GPT, 그 둘이 결합하는 시도가 이제 막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 한국이 치고 나갈 수 있는 분야
지금의 AI는 정신노동만 수행한다. 그런데 몸을 가지면 육체노동을 대신할 수 있다. 고령화로 인력이 부족한 시대엔 이런 로봇이 필요하다.

공상과학 영화에 등장할 법한 로봇도 AI와 결합하면 현실화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서빙로봇 같은 현재의 로봇은 정해진 일만 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애매하다”며 “이것저것 다 해주는 범용 로봇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AI 로봇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초기 단계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에도 기회가 열려 있단 뜻이다. “우리가 챗GPT 같은 걸 만들기엔 이미 많이 늦었다. 반면 오감을 데이터화해서 로봇이 학습하게 하는 건 이제 시작이고 똑같은 출발선에 있다. 로봇에 집중하는 AI는 우리나라가 잘할 수 있다. 제조업하고도 연결된다.”

장 원장은 이렇게 자신감을 보였다. 서울대 AI연구원이 개발 중인 AI 로봇팔은 지난해 국제 AI 로봇 대회인 ‘로봇컵’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 미국은 로봇 투자 붐
문제는 AI 로봇이 아직 너무 비싸다는 점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2022년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옵티머스를 개발해 2만 달러(약 2700만 원)에 팔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현재 로봇팔 하나에 드는 원재료비만 약 2만 달러. 지난해 12월 영상이 공개된 테슬라 ‘옵티머스 2세대’는 한 대에 30만 달러(약 4억 원) 정도 들었을 걸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미국 휴머노이드 로봇 업계의 낙관론을 전했다. “진짜 원재료, 즉 쇠값만 따져보면 차보다 쌀 수 있다. 결국 대량 생산의 문제다. 만약 휴머노이드 로봇이 정말 자동차만큼 필요해진다면, 2만 달러로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미국은 이미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장 원장은 “실리콘밸리에선 투자자들이 ‘다음’을 찾아서 이미 그리로 가고 있다”며 “그래서 미국이 선도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개발 인력 수에서 압도적이다. 박 교수는 “요즘 미국의 AI 관련 논문을 보면 저자 중 중국인이 없는 경우가 없다”고 전했다.

반면 한국은 자금과 인력에서 모두 밀린다. 대학원 졸업생들도 한국 대기업보다 초봉을 3∼4배 더 주는 미국 기업을 선망하는 게 현실이다. 아직 시장이 보이지 않는 AI 로봇 산업에 선뜻 거액을 투자하려는 대기업은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쓴소리를 했다. “한국 대기업도 로봇이 언젠가는 뜰 거라는 걸 10년 전에 이미 알았다. 그런데 기업에선 공공연하게 ‘1조 원의 시장이 보이지 않으면 우리는 들어가지 않는다’고 얘기하더라. 그렇게 때를 놓쳤는데, 과연 10년 뒤에 들어가서 주도할 수 있겠나.”

덩치 큰 대기업이 혁신을 선도하지 못하는 건 미국도 마찬가지다. 구글 역시 AI 챗봇 출시를 머뭇거리다 스타트업인 오픈AI에 선수를 빼앗겼다. 김 교수는 “대기업이 돈이 없거나 미래를 모르진 않지만 나서서 하기 어려운 분야가 있다”며 “그런 걸 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키워주는 게 정부가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애란 기자 har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