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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혁신위 활동 마무리…“자발적 혁신 시간 부재”

입력 | 2024-01-10 16:36:00

혁신위, 5개월 활동…투명성 제고·합리적 인사 강조
이사장 권한을 축소하고 집행위원장 권한 강화
혁신위 활동의 공과를 아우르는 백서 발간 권유




부산국제영화제 혁신위원회가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조직 운영의 투명성 제고와 합리적인 인사 제도 도입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정관 및 주요 규정을 개정했다.

10일 부산국제영화제 혁신위원회는 활동을 마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5개월 가량 활동 기간 동안 평균 주 1회 일정으로 총 16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혁신위는 영화계를 비롯해 시민계, 영화제 직원과 프로그래머를 대상으로 한 간담회를 통해 주요 논의 사안들을 공유하고 의견도 청취했다.

혁신위는 “창립 멤버들 중심으로 오랜 기간 운영되면서 조직의 역동성과 창의성은 저하되고, 해외 여러 영화제들의 도전 속에서 영화제 정체성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아시아영화 이니셔티브’는 약화됐다”며 “영화제는 28년의 역사 동안 원하지 않는 시련을 수년간 겪기도 한 반면에 자발적 혁신의 시간은 부재한 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환경에 따라 유동하는 문화적 독립성과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재정 상태 역시 영화제를 위협하는 요인이었다”고 덧붙였다.

혁신위는 이에 조직 운영 투명성 제고와 합리적인 인사 제도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면서 정관 및 주요 규정을 개정했다.

먼저,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을 포함한 주요 임원 선출 과정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공모제’와 ‘임원추천위원회’ 제도를 도입했다.

이사회와 집행위원회에 여성(30% 이상)과 청년(10% 이상)의 참여 비율을 명시하고, 근로자 대표를 당연직 이사로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를 통해 다양성 제고와 더불어 임원진 사이에 상호 협력과 견제가 이뤄지도록 했다. 실효성이 부족했던 당연직 이사의 숫자는 축소했다.

혁신위는 권력의 집중을 방지하는 동시에 영화제 운영의 효율화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이사장의 권한을 축소하고 집행위원장의 권한을 강화했다.

이사장에게 집행위원장 최종 후보 추천권과 연임 추천권을 부여하고, 주요 임직원 인사에서 이사장과 협의를 거치도록 했다. 권한이 강화된 집행위원장에 대한 견제가 이뤄지도록 했다.

이사회, 총회의 소집 요건을 구성원의 3분의 1 요구로 완화하고, 영화제 평가보고회 개최 및 평가내용을 홈페이지에 공고하게 함으로써 영화제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했다.

이사장, 집행위원장, 이사의 선임조건과 해임 조건을 공공기관 수준으로 강화함으로써 임원진의 도덕성도 강화했다.

당사자들의 자발적 제안을 기초로 프로그래머 정년 규정을 도입했다. 특별 채용 규정을 대폭 수정해 공정한 인사가 이뤄지도록 했다.

더불어 혁신위는 영화제 신임 임원진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혁신위는 “내외부적 위기를 극복하고 장기지속적 발전을 가능하게 할 미래 비전 수립 및 이에 기반한 재정 확보, 세대교체, 정체성 강화 등 혁신 작업의 중단 없는 수행이 필요하다”며 “영화인, 문화예술인, 시민과의 소통을 강화해 운영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지역과 더욱 밀착할 수 있는 방안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엄정하고 객관적인 업무 진단을 통한 조직 개편과 행정 절차 개선 및 제·규정 정비하고 지난 ‘비프 사태’의 원인과 경과, 혁신위 활동의 공과를 아우르는 백서 발간해야 한다”고 했다.

혁신위는 “제도적 변화만으로 지향하고자 하는 혁신이 자동발생적으로 담보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실질적인 혁신을 구현해 내야 할 책임은 신임 이사장을 포함한 임원진과 영화제 내부 인력의 몫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임 임원진 등 내부 인력들이 뭉쳐 아시아 영화인들의 교류 허브, 한국 영화인들의 활동 무대이자 부산 시민들의 자랑거리인 영화제가 본래의 정체성과 역할을 되찾고 궁극적으로는 시민과 관객들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영화제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전했다.

[부산=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