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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속 노화 시계 어디가 빠를까… 혈액 검사로 들여다볼 수 있다

입력 | 2023-12-08 03:00:00

미 연구팀 ‘네이처’ 발표



질병 및 사망과 연관된 신체 기관의 노화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됐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과학자들이 노화가 상대적으로 빨리 일어나는 신체 기관을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새로운 질병 예방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토니 와이스코레이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신경학과 교수 연구팀은 신체 기관 노화와 사망 위험의 연관성을 확인한 연구 결과를 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장시간 운행한 자동차는 잔고장이 나고 오래된 건축물이나 도로에는 균열이 발생한다. 고장이나 균열 등 노후화가 발생한 부품이나 구획은 각각 다르다. 사람도 나이가 들수록 몸의 이곳저곳이 망가진다. 연구팀은 개인마다 노화가 빨리 일어나는 신체 기관이 다른데, 이를 예측할 수 있는 전략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 5000개 단백질 농도로 AI 예측모델 구축

연구팀은 20∼90세의 건강한 성인 5678명을 대상으로 사람마다 신체 기관의 노화 속도가 다르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 노화가 빨리 일어난 신체 기관과 관련한 질병 발생 및 사망 위험이 높다는 사실도 찾아냈다. 이번 연구에서 노화가 빨리 일어난 신체 기관은 비정상적인 단백질 농도와의 연관성이 확인된 신체 기관을 뜻한다.

연구팀은 연구 참여자들 중 1400명의 혈액 내 단백질 5000개의 농도를 기계학습 알고리즘에 적용해 참여자들의 나이를 예측하도록 훈련시켰다. 학습을 통해 인공지능(AI) 모델을 구축했다는 의미다. 나머지 4000여 명의 데이터를 통해 이 알고리즘의 정확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또 단백질 5000개 중 900개는 심장, 지방, 폐, 면역체계, 신장, 간, 근육, 췌장, 뇌, 혈관, 장 등 11개 주요 장기 및 조직에서 유래한 단백질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총 858개의 기관 특이적 단백질도 추렸다.

분석 결과 장을 제외한 10개 기관에서 유래한 단백질로 추정한 나이가 연구 참여자의 실제 나이보다 많을 때 해당 기관과 연관된 질병 및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백질로 추정한 나이가 더 많다는 것은 해당 단백질과 관련된 기관의 노화가 빠르게 일어났다는 의미다.





● “특이 단백질 타깃 삼아 노화 미리 발견”

50세 이상의 18.4%는 평균보다 빠르게 노화가 일어나는 기관을 하나 이상 보유했다. 이들은 향후 15년 내 해당 기관에 질병이 생길 위험이 증가했고, 사망 위험은 15∼50% 높았다.

예를 들어 심장 노화가 빠른 사람은 질환이나 비정상적인 생체표지자가 없어도 정상적인 심장 노화 속도를 가진 사람들에 비해 심부전 발생 위험이 2.5배 높았다. 노화가 빠른 뇌를 가진 사람들은 젊은 뇌를 가진 사람보다 인지 능력이 떨어질 확률이 1.8배 높았고, 노화가 가속화된 뇌나 혈관을 가진 사람들은 알츠하이머병 진행 위험과 연관성을 보였다. 신장 노화는 고혈압 및 당뇨, 심장 노화는 심방세동 및 심장마비 발생 위험과 강하게 연결됐다.

연구팀은 “혈액검사를 통해 빠르게 노화가 일어나는 신체 기관을 예측할 수 있다”며 “질병의 임상 증상이 나타나기 전 개입을 시도해 질병을 막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참여자 60명 중 1명은 두 개의 기관에서 빠르게 노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이들은 노화된 장기가 없는 사람 대비 사망 위험이 6.5배 높았다.

과도한 기관 노화는 곧 질병 가능성이나 사망 위험 증가와 밀접한 연관을 보인다는 점에서 연구팀은 신체 기관 특이 단백질 식별이 중요할 것으로 보았다. 이 같은 단백질을 타깃으로 한 신약을 개발하면 병을 예방하거나 조기에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와이스코레이 교수는 “5만 명 또는 10만 명을 대상으로 이번 발견을 재현할 수 있다면 겉보기에 건강해 보이는 사람들에게 발생하는 노화를 미리 발견할 수 있게 된다”며 “이는 곧 사람들이 병에 걸리기 전 예방 치료를 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문세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moon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