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스터 액트’ 6년만의 韓공연
뮤지컬 ‘시스터 액트’에서 내성적인 메리 로버트(김소향·가운데)는 들로리스를 만나 노래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다. EMK 제공
“지붕이 들썩여야 돼. 그냥 우렁차게 내질러.”
단조로운 수녀원 안, 주인공 들로리스가 성가대를 독려하자 까만 수도복을 입은 수녀 10여 명이 엉덩이를 씰룩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그루브 넘치는 넘버 ‘Raise Your Voice’를 부르며 빈틈없는 화음으로 극장을 메웠다. 들로리스 역을 맡은 니콜 버네사 오티즈와 견습 수녀 메리 로버트 역의 김소향은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성가대를 이끌었다.
서울 구로구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21일 개막한 뮤지컬 ‘시스터 액트’의 한 장면이다. 이 뮤지컬은 1992년 제작돼 인기를 끈 동명 영화에 기반했다. 무명 가수인 들로리스가 마피아 우두머리인 애인의 추격을 피해 수녀원에 몸을 숨기고, 성가대 지휘를 맡게 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런던 웨스트엔드와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각각 2009년, 2011년 초연됐다. 국내 공연은 2017년 아시아 투어로 첫선을 보인 후 6년 만이다.
배역은 뉴욕과 서울에서 동시에 열린 오디션에 참가한 국내외 지원자 약 2000명 가운데서 선발됐다. 들로리스 역에 발탁된 오티즈는 미국 경연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의 결승 진출자다. 로버트 조핸슨 연출가는 “역대 ‘시스터 액트’ 중 배우들의 인종이 가장 다양해 더욱 뜻깊다”며 “백인, 아프리카계, 라틴계 등과 한국인 7명이 호흡을 맞춘다”고 했다.
이번 공연은 뮤지컬 ‘웃는 남자’ ‘엘리자벳’ 등을 만든 EMK가 영어공연권을 확보해 제작했다. 내년 2월까지 서울, 부산 등 국내 15개 도시를 순회한 뒤 아시아에서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조핸슨 연출가는 “어느 나라에서든 즐길 수 있도록 수녀들의 몸짓 등 바라만 봐도 웃음이 나는 시각적 유머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내년 2월 11일까지, 8만∼17만 원.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