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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변신한 패스벤더, 뻔한 서사로 흐르지만 긴장-몰입감에 ‘순삭’

입력 | 2023-11-01 03:00:00

핀처 감독 신작 ‘더 킬러’



영화 ‘더 킬러’에서 킬러(마이클 패스벤더)가 타깃을 기다리는 장면. 넷플릭스 제공


타깃을 향한 연민도, 분노도 없이 건조한 표정으로 남자는 맞은편 건물을 응시한다. 남자의 직업은 킬러. ‘킬링’을 향한 모든 단계는 수천 번을 연습한 춤사위처럼 자연스럽다. 총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세팅돼 있고, 타깃을 기다리며 남자는 수련하듯 요가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처음으로 타깃을 놓치고, 보복 요청을 받은 다른 킬러들이 그가 사랑하는 여자를 무참히 폭행한다. 남자는 보복 지시를 내린 사람을 찾기 위해 한 명씩 제거하기 시작한다.

‘나를 찾아줘’(2014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8년), ‘하우스 오브 카드’ 시리즈의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신작 ‘더 킬러’다. 10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되고, 일부 극장에서는 지난달 25일부터 상영 중이다.

영화 ‘300’(2007년), ‘엑스맨’ 시리즈, ‘노예 12년’(2014년)으로 국내에서도 팬층이 두꺼운 마이클 패스벤더가 킬러 역을 맡았다. 패스벤더는 첫 사살에 실패한 후 동요하는 킬러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영화 내내 그의 표정에서는 초조함과 태연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배우 틸다 스윈턴이 패스벤더에게 보복당하는 킬러로 등장한다. 10분이 안 되는 짧은 장면이지만 패스벤더와 팽팽하게 맞서는 그의 연기력이 돋보인다.

핀처 감독은 주특기인 긴장감 넘치는 편집과 세련된 미장센을 이번에도 마음껏 뽐낸다. 적재적소에 배치된 삽입곡도 몰입감을 높인다. 다만 서사는 다소 식상하다. ‘소중한 것을 빼앗긴 킬러가 복수에 나선다’는 익숙한 이야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패스벤더를 주인공으로 한 한 편의 스타일리시한 뮤직비디오 같다는 느낌도 준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