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및 아시아나항공 노조 관계자들이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 에서 열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슬롯 반납 및 화물사업 분리매각 추진 규탄 기자회견에서 아시아나항공 해체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2023.10.24/뉴스1
2019년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 과정에 관여했던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대한항공과의 통합이 최종 무산되더라도 아시아나항공을 위한 다양한 ‘플랜B’가 있다는 의미다. “아시아나항공이 살 길은 대한항공과의 통합만이 유일하다”는 전제로 통합이 추진돼 왔지만, 해외 경쟁당국의 조건이 점점 까다로워지면서 아시아나항공의 ‘홀로서기’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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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마른 아시아나… “대한항공과의 통합만이 유일한 길”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측에 “아시아나항공 화물 분리 매각에 찬성하면 1500억 원을 곧바로 지원하고, 5500억 원을 저금리로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대한항공은 인수대금 중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7000억 원을 먼저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했는데, 통합이 완료되기 전 아시아나항공이 이 돈을 미리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대한항공은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한국~유럽 전체 화물 노선에 대한 독점을 우려하자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 분리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화물 분리 매각 찬성’을 끌어내기기 위해 아시아나의 가장 아픈 부분인 현금 유동성을 파고든 것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현금 유동성은 약 3000억 수준이다. 그런데 각종 차입금 및 대출 만기, 고정비 지출 시한 등이 다가오고 있다. 현금이 말라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비율은 1400% 수준. 독자 생존이 어려울 뿐 아니라 통합이 불발돼도 인수자를 찾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한항공과의 통합으로 자금 수혈을 받는 게 유일한 대안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항공사 임원은 “통합이 미뤄지면 공적자금 지원을 또 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채권단 배려만 있다면… “또 다른 회생의 길 있다” 주장도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회생 방안은 다른 데서도 찾을 수 있다는 주장들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단 ‘채권단의 배려와 양보’가 핵심 전제다.광고 로드중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분리 매각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이 경우 3000억~5000억 원의 자금 수혈이 가능해진다는 평가다. 한편으로는 2019년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다 포기하면서 발생한 ‘2200억 원 계약금’ 소송도 진행 중이다. 1심에서 이긴 아시아나항공이 최종 승소하면 현금 2200억 원이 확보된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24일 임시 회의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재무상황 및 향후 시나리오에 대해 난상토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사회는 30일 오후 2시 ‘화물 사업 분리 매각’ 에 대한 의결을 진행한다. 안건이 부결되면 대한항공과의 통합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