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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단계적 확대로 속도조절… 증원규모 내년 3월까진 확정

입력 | 2023-10-20 03:00:00

[필수의료 대책]
대통령실 “의대 증원 이번에는 관철”
의료계 반발 고려 구체 규모 안밝혀
복지부, 26일 의협과 정원 관련 논의
의료수요 맞춰 증원 탄력적 결정




정부는 19일 충북 청주시 충북대에서 열린 필수의료 혁신 전략회의에서 지역 필수의료 회복을 위해선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조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정부는 구체적인 확대 규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의사단체 및 각계 전문가와 환자단체 등의 의견을 들어 증원 규모를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대통령실은 “의대 정원 확대를 이번에는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증원 규모는 의료계와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가면서도 가능한 한 빨리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 정원 확대 논의 속도 붙을 듯


대통령실 관계자는 1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논의에 더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4월 총선이 있는 만큼 우호적인 국민 여론을 토대로 의대 정원 확대를 적극 추진한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보건복지부는 당초 다음 달 2일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의료현안협의체를 열고 의대 정원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이달 26일로 일주일 앞당겼다.

2025학년도부터 의대생을 더 많이 뽑으려면 늦어도 내년 3월까지는 모든 절차가 마무리돼야 한다. 4월에는 각 대학이 수시모집 요강을 발표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선 정원 확대를 원하는 의대들로부터 신청을 받는 수요 조사부터 조만간 시작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날 의대의 수용 역량과 입시 변동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정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현장에서 학생을 가르치기 위해선 교원 수나 물리적 여건 등이 필요하다”며 “숫자를 결정하게 되면 목표가 되는 숫자와 현실에서의 수용 가능성을 고려해 (정원을 확대해) 가겠다”고 설명했다. ‘1000명 증원’ 등 과감한 정원 확대 의지를 보이던 정부가 의료계와 조율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의대 정원 조정 시스템 구축”


정부가 의사 증원 속도전에 나선 이유는 지금 당장 의대 정원을 늘리지 않으면 앞으로 의사 부족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향후 10여 년간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 인구로 진입하면서 병원 갈 일이 많은 노인 비중이 급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는 의사 공급에도 영향을 미친다. 현재 활동 중인 의사 중에도 베이비붐 세대가 많다. 이들이 차례로 은퇴하면 의사 부족이 더 심해지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늘어난 의료 수요가 영원히 지속되는 건 아니다. 이미 우리나라 인구는 2020년 정점을 찍고 감소세로 돌아섰다. 즉 언젠가는 지금 늘린 의대 정원을 다시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반영해 정부는 이날 “의대 정원 조정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유동적인 미래 의료 수요를 미리 평가해 정기적으로 의대 정원을 조정하는 장치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6월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에서 이와 같은 모델을 제안한 바 있다. 정부가 5년 단위로 내는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에서 의대 정원을 조정하자는 게 핵심 내용이다. 네덜란드의 의료인력자문위원회, 일본의 의사수급분과회 등이 이러한 역할을 하는 기구다.



● 경실련 “의협 투쟁에 뒷걸음쳐선 안 돼”


정부가 구체적인 의대 증원 숫자를 밝히지 않자 강경 투쟁 노선을 천명했던 의협도 반응을 자제했다. 의협은 이날 성명을 냈지만 의대 정원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일부 의사단체는 비인기 진료과목에 더 큰 지원이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필수의료 분야는 ‘낙수(落水) 효과’ 탓에 떠밀린 인재들만 가도 좋은 곳이 아니다. 이번 대책보다 훨씬 강력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시민사회에선 더 강경한 ‘의대 증원 드라이브’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의협의 강경 투쟁 방침에 정부가 뒷걸음치며 지난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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