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자진신고 322명 정밀조사 4명은 문제 판 사실 숨기고 참여 청탁-비밀유출 수사 의뢰 방침 “수능 유출 가능성 없다” 밝혔지만… “사교육 카르텔에 공정 훼손” 지적
사교육 업체에 문제를 팔았다고 자진 신고한 교사 중 24명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모의평가(모평) 출제에도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4명은 입시학원 등에 문제를 판 경력을 일부러 숨겼다. 2016년 이후 수능과 모평에 6차례나 출제위원으로 참여한 교사도 있었다. 교육부는 수능 문제가 유출됐을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허술한 출제위원 관리로 수능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 학원에 문제 팔고 수능-모평 출제19일 교육부는 ‘사교육 카르텔’ 조사와 관련해 사교육 업체에서 돈을 받고 문제를 판 사실을 자진 신고한 교사 322명을 조사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까지 자진 신고 교사는 297명이었는데 이후 25명이 추가됐다. 이번에 적발된 교사들 중 24명은 수능이나 모평에 출제위원(또는 검토위원)으로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20명은 출제에 참여한 이후 문제를 팔았고, 2명은 출제하기 전에, 나머지 2명은 출제 전후로 다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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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발된 교사들은 수능 출제 경력을 내세워 자신의 ‘몸값’을 높였다. 경기의 한 사립고 수학 교사 A 씨는 2018년 8월부터 올 7월까지 약 5년간 7곳의 대형 사교육 업체 및 부설연구소 모의고사 출제에 참여해 총 4억8526만 원을 받았다.
교육부는 적발된 교사들을 청탁금지법과 비밀유지 의무 위반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수능, 모평 출제 교사들과 문항을 거래한 사교육 업체는 21곳으로 나타났다. 대형 입시업체와 유명 ‘일타 강사’도 있었다. 교육부는 이들 역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 드러난 카르텔 “수능 공정성 훼손”수능과 모평을 출제한 현직 교사들이 거액을 받고 학원에 문제까지 팔았다는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1994학년도부터 이어진 수능에 대한 신뢰도 흔들리고 있다. 현재 수능 출제위원에는 교사와 교수가 각각 45 대 55 비율로 참여한다. 검토위원은 모두 교사다. 이들은 현장 교습 능력이나 모의평가 출제 경험 등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교사들이다. 이들이 학원과 결탁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출제위원 관리가 허술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 자진 신고하지 않은 교사들 수를 감안하면 실제 ‘사교육 카르텔’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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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적발된 교사들이 만든 문제가 수능, 모평에 나왔는지를 교육부가 직접 추적하거나 확인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교육부의 해명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교사들이 학원에 제공한 문제가 일부 수험생들에게만 도움이 됐을 수도 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