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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인사’하고 집단 난투극…영화 ‘친구’ 모티브 조폭들 무더기 기소

입력 | 2023-09-19 12:02:00

2021년 10월 17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에서 후배 조직원이 선배 조직원에게 ‘깍두기 인사’를 하는 모습. 부산지검 제공


부산 최대 폭력조직의 자리를 놓고 30여 년간 세력다툼을 벌여온 칠성파와 신20세기파 소속 조직폭력배들이 도심에서 집단 난투극을 벌이다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19일 부산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박성민)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단체 등의 구성·활동) 등 혐의로 칠성파 조직원 4명과 신20세기파 조직원 8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중 칠성파 조직원 2명과 신20세기파 조직원 3명 등 5명이 구속됐다. 현재 도주 중인 칠성파 조직원 1명에 대해선 검찰이 추적하고 있다.

2021년 10월 17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에서 칠성파와 신20세기파가 단체 난투극을 벌이고 있다. 부산지검 제공

검찰에 따르면 두 조직은 2021년 10월 17일 새벽 부산 부산진구 서면에서 상대방 조직에 대해 폭행을 저질러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 조직원이 서면 한복판에서 ‘깍두기 인사’(허리를 90도로 굽히는 인사)를 하며 위화감을 조성했고, 상대방 조직원을 집단 구타하며 무고한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야기한 중대 범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단순 폭행 사건이 아닌 부산 양대 폭력조직원들이 위세를 과시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조직적·집단적 범죄단체 활동”이라고 지적했다.

기소된 조직원 중 4명은 이미 지난 4월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으나, 범죄단체활동 혐의가 적용돼 추가 기소됐다. 범죄단체활동죄는 법정형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

기절한 피해자를 내버려 두고 선배 조직원에게 인사하는 후배 조직원들. 부산지검 제공

칠성파와 신20세기파는 영화 ‘친구’에도 등장하는 부산 지역 토착 폭력조직으로, 1980년대부터 계속 주도권을 두고 충돌해 왔다.

칠성파는 조직원 200여 명으로, 1970년대부터 부산 유흥업소 등을 주요 수입 기반으로 삼아 지역 조직폭력계의 주도권을 잡았고 각종 이권에 개입해 왔다.

신20세기파는 조직원 100여 명으로, 1980년대부터 부산 오락실을 주요 수입 기반으로 삼아 현재 ‘반칠성파’ 연합을 구축해 활동 중이다.

두 조직의 다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93년 7월에는 칠성파 간부가 후배 조직원을 동원해 신20세기파 간부 조직원을 살해했다. 이 사건이 영화 ‘친구’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2005년 8월에는 칠성파 조직원이 신20세기파 조직원에게 흉기로 상해를 입혀 2006년 1월 이에 대한 보복으로 신20세기파 조직원 60명이 칠성파 조직원에게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가했다.

2021년 5월에는 신20세기파 조직원들이 부산의 한 장례식장에서 문상 중이던 칠성파 조직원을 찾아가 난투극을 벌이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부산은 검찰이 전국적으로 관리하는 조직폭력배의 약 15%가 집중돼 있다”며 “폭력 범죄단체의 집단폭력, 보복 범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구속 수사를 통해 부산 지역 토착 조직폭력 세력에 엄정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